[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정부가 미국과 관세 극적 타결로 위기를 넘기자마자 미국의 안보 청구서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달 말 개최가 유력한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도 방위비를 포함한 안보 패키지 딜이 될 전망입니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의 최대 '난제'로도 꼽힙니다. 양국의 안보 분야 협의가 불발되면 비관세 분야 개방 요구 등 미국의 압박이 다각도로 거세질 수 있는데요.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지렛대'로 여기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제시할 '안보 패키지'의 내용에 따라 관세 협상 '2라운드'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방위비부터 무기 구입까지 '최대 난제'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이달 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15% 관세,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쌀·소고기 시장 개방 제외 등을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안보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안보와 통상을 한데 묶은 패키지 딜을 추진했지만 미국 측에서 별도로 다루자고 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안보 사안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담판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안보의 최대 난제는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인상, 미국산 무기 구매,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안보 패키지'입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방위비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는데요. '동맹의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관세 협상보다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방위비 분담금은 100억달러(한화 약13조원) 수준입니다. 현재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인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인 10배에 해당합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10년간 매년 증액됐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10월엔 방위비 분담금 관련 양국의 합의도 있었습니다. 양국은 내년부터 적용될 방위비를 2024년 대비 8.3% 인상(1조5192억원)할 것을 합의했습니다. 아울러 2030년까지 매해 분담금을 인상에 관해선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도 타결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이란 이유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5%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부담스러운 조치입니다. 올해 국방 예산은 약 61조2000억원으로 GDP 대비 2.32%를 차지합니다. 현 상황에서 단번에 GDP 5%(직접 국방비 3.5%·간접 안보 비용 1.5%) 수준으로 국방비 예산을 늘리면 현재 예산보다 2배 이상인 70조원 이상의 예산이 늘어야 합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국방비 증액이 현실화된다면 매년 20% 이상 국방비를 인상해야 하는 셈인데요. 재정 여건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타결 시 통상 세부 범위 조정 '가능'
미국산 무기 구매도 여부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를 핵심 안건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우리나라는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언급하자 2017년 문재인정부 당시엔 F-35A 전투기 등 미국산 무기를 들여왔습니다. 결국 이번 안보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사안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양국이 안보 협상 타결이 결렬될 경우입니다. 미국 측의 △투자펀드 운영 구조 △미국산 농산물 비관세 품목 개방 압력(농산물 검역 절차)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 등 추가 압박이 불가피합니다.
정부는 미국에 3500억달러(한화 약 486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협상 직후 미국 측은 펀드 수익의 90%는 미국으로 귀속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구체적 언급을 삼갔습니다. 다만 추후 협상에서 펀드의 주체 등 세부 사안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농산물 비관세 품목 개방도 주요 카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을 제외를 통해 '레드라인'을 지켜냈지만 안보 협상에서 미국이 이득을 취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사과와 감자 등 과채류 검역 절차는 추의 논의가 불가피한 수순입니다. 과채류 품목의 개방 가능성도 함께 열려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검역 절차 단계를 조금 줄이고 신속하게 하자는 기술적 논의 정도가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 여부도 한·미 정상회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입니다. 앞서 정부는 오는 11일까지 반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요. 양국 정상회담에서 협상 카드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양국은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각자 입장을 내놓으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끈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처럼 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안보 패키지 성사 여부에 따라 통상 분야의 세부 사항 조율에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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