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교육세 1.3조 인상…소비자에 부담 전가할 듯
2025-08-01 15:19:08 2025-08-01 15:34:51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의 교육세 증세 방침에 따라 금융권의 세 부담이 연간 1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늘어난 세금으로 줄어드는 순익 만큼 대출금리 인상, 보험료 인상 등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조 초과 시 세율 1.0%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금융·보험업자에게 부과되는 교육세에 수익금액(매출액) '1조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해당 구간의 세율을 기존 0.5%에서 1.0%로 상향키로 했습니다. 이로써 현재 약 2조원 규모인 금융권 교육세는 개편안 시행 이후 최대 3조3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교육세는 지난 1981년 도입된 목적세로 교통세·개별소비세·주세 등에 연동돼 징수되는 부가세적 성격의 세금입니다. 금융사는 현행법상 수익금액의 0.5%를 교육세 명목으로 납부하고 있으며, 수익 금액에는 이자·배당금·수수료·보험료·유가증권 매각 차익 등이 포함된 사실상의 매출액입니다. 
 
이번 교육세 인상은 1981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입니다. 기재부는 금융사들의 급성장한 자산 규모에 주목해 세제 개편을 추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금융·보험업은 지속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왔다"며 "이 같은 업계 여건을 감안해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금융사들의 세 부담이 집중적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개편된 교육세율을 적용할 경우 교육세 부담은 각각 1000억원대에서 최대 2000억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각각 21조6000억원, 19조6000억원, 19조1000억원, 17조9000억원으로 한 해 수익이 20조원에 달했는데요. 여기에 개편된 교육세율을 적용하면 KB국민은행은 약 2100억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900억원, 우리은행은 1800억원가량을 교육세로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권은 이번 교육세 인상에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든 수익은 주주 환원과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건전한 자본 순환의 일부"라며 "수익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세 부담이 커지게 됐고 이는 향후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수익성과 신용등급 유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금융사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증세 효과로 대출·보험료 인상
 
증세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은행권은 지난 2012년 11월 대출 모범 규준을 제정을 통해 교육세를 대출금리 가산금리 구성 항목으로 포함시켰고, 이 결과 금리 하락기에도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에 교육세와 같은 법정 비용을 더해 가산금리를 올려 부담을 줄여왔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습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이 교육세, 예금자보호 보험료 등 법정 비용을 은행 가산금리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냈으나 현재까지 진척은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최종안에서 교육세 내용은 빠진 상황이라 추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재논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0.02~0.04%p가량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 부담이 늘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 조정이나 수수료 인상 등의 방식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최종 피해는 금융소비자가 입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은행들은 금리 하락기에도 조달금리와 상관없이 가산금리를 조정해 수익을 유지해온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신규취급액 코픽스가 2.54%로 전월 대비 0.09%p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산금리를 2.47%에서 2.57%로 0.10%p 인상해 실제 금리를 0.01%p 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가산금리를 2.85%에서 2.95%로 올리며 주담대 금리를 0.01%p 인상했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금융채 5년물 기준 고정형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0.01%p 올려 0.04%p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에 거둔 이자수익은 21조924억원입니다. 1년 새 늘어난 이자수익만 2818억원 규모입니다. 비이자수익도 역대급 상반기 실적인 7조2000억원입니다. 각종 비용을 뺀 순이익만 10조3254억원에 달합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을 조이면서 여신금리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을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고 주문해 어쩔 수 없다"며 "대출 만기 제한 등 이미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제한했기 때문에 대출금리 조정 방식 외에는 대출 수요를 줄일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금융·보험업계에 부과하는 교육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금융권의 세 부담이 1조30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세금 인상분이 고스란히 대출금리와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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