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정부가 법인세·증권거래세 인하 등 윤석열정부에서 단행한 핵심 감세 조치를 원상복구하는 세제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도 보유 금액 10억원으로 다시 되돌립니다.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인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3억원 초과분)은 의원안과 현행법의 중간 수준인 35%로 책정됐습니다. 정부는 '경제 강국 도약', '포용적 세제', '조세제도 합리화' 등 3대 목표로 총 13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는데요. 이재명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은 14일의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이재명정부 첫 세제 개편안…핵심은 법인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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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기획재정부의 '2025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법인세율은 윤석열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갑니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법인세율을 전 구간에서 1%포인트씩 인하해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췄습니다.
개편안은 매출액에 따른 과표 구간별로 △0~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이하 20% △200억~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 세율을 적용합니다. 전 구간에서 1%포인트씩 올려 2022년 수준으로 환원합니다. 내년 1월1일 이후 사업소득부터 적용돼 실질적인 세수 증대 효과는 2027년부터 나타납니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년간 법인세 감소는 경기 둔화와 법인세율 인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지난 정부에서 감세를 통해 경기 활력을 제고하고 결과적으로 세수도 증가할 거란 선순환을 의도했다고 보지만, 최근 경제 상황과 세수 감소를 고려하면 현재로선 실제 정책 효과가 있었단 것을 확인하기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도 종목당 보유 금액 50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초과로 다시 낮춥니다. 이전 정부에서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한 기준을 '부자 감세'로 보고 되돌리는 조치입니다.
앞서 정부는 대주주들이 연말 직전에 보유량을 1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린 뒤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절세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로 대주주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기준을 완화한 2023년 오히려 순매도가 증가했다는 게 현 정부의 설명입니다.
증권거래세율도 조정합니다. 코스피는 현행 0%에서 0.05%로 상향 조정하되, 별도인 농특세 0.15%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인상해 2023년 수준으로 돌립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거래세만 인하한 현 상황은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판단입니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2021년부터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춰왔습니다.
아울러 자기자본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하는 '감액배당' 금액이 주식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대주주 등에 한해 과세하기로 했습니다. 감액배당은 주주가 출자한 자본을 '반환'하는 것으로 간주해 비과세 영역이었습니다.
금년 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효과(전년 대비)는 8조1672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앞으로 5년간(2026~2030년) 세수효과는 35조6000억원으로 전망됩니다.
세수 증가 요인은 법인세·증권거래세율 환원과 교육세 과세 체계 개편 등이 꼽힙니다. 감소 요인은 국가전략기술 확대,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한도 확대, 초등 저학년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확대 등입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총급여 8700만원 이하인 서민·중산층은 감세 효과가, 고소득자는 증세 효과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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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소득 분리과세 '부자 감세' 논란…정기국회 논쟁 불가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부담 완화 조치도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배당을 촉진하기 위해 고배당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도입합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도 고소득층에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이라며 '부자 감세'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현금배당액이 감소하지 않은 법인 중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이 증가한 곳이라면 분리과세 적용 대상에 해당합니다. 다만 공모·사모펀드, 리츠, 투자목적회사(SPC) 등은 제외됩니다.
대상 소득은 현금배당액(중간·분기·결산배당)입니다. 적용 세율은 세 구간으로 나눴는데요. 2000만원 이하는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35%로 규정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은 종합소득 과세에 포함해 최고 45%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최고세율이 45%에서 35%로 낮아져 세 부담이 덜어진 겁니다.
앞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배당성향 35% 이상인 상장법인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은 종합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 법안이 기반이 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구간별로 △14%(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 △20%(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25%(3억원 초과) 과세하는 내용입니다.
정부안의 최고세율이 의원안(25%)보다 10% 낮아졌습니다. 분리과세는 여당 내에서도 대주주를 비롯한 거액 자산가들에게 효과가 집중되는 '부자 감세'라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배당을 유인할 정도의 세제 혜택은 부여하되, 일부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걸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분리과세로 인한 배당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배당은 대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하고, 기업의 존속 가치를 약화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어 감세만으로는 대주주를 유인하기 어려울 거라는 시각입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배당을 유도하는 방법이 꼭 '감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 교수는 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인상분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로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더 유익한 방안으로 언급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개편안을 확정했습니다. 이후 내달 1일부터 14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뒤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입니다. 국회에서 세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최종 통과까지는 난항이 불가피할 예정입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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