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가격경쟁력 불리…미국 시장 진출 '험난'
상반기 12억달러 의약품 수출…전략 변화 '발등에 불'
셀트리온, 현지 시설 확보…"제품 수출보다 기술이전"
2025-07-31 15:53:49 2025-07-31 17:41:54
 
[뉴스토마토 이혜현·동지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를 15%로 합의하는 것으로 한미 무역 협상이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당장 비용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난관이 예상됩니다. 
 
31일 당국에 따르면 한미 간 관세 합의는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상호 관세를 15%로 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당장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비용 부담 증가 문제가 현실화됐습니다. 여기에 의약품 부문에 별도의 품목 관세 협상이 이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죠. 
 
기존에는 의약품이 필수품으로 분류돼 양국이 무관세로 수입, 수출했지만 이번 관세 협상으로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대미 무역과 시장 확장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됩니다.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2025년 상반기 대미 수출입동향을 살펴보면 의약품은 대미 수출 증가 주요 품목으로 꼽혔고 특히 자동차, 반도체 등 상위 10개 품목 중 가장 큰 폭인 4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상반기 의약품 수출 규모는 12억5000만달러로 역대 처음 반기 기준 대미 수출 1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내며 승승장구했지만, 이번 관세 합의로 시장 상황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산 의약품 관세 부과는 약가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결국 우리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제네릭을 주력 품목으로 개발,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중심 수출 전략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셈이죠. 
 
한-미 통상 협의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품목별 협상 관건, "가격 인상 압박 상쇄시킬 조건 제시해야"
 
여기에 의약품에 품목별 관세 협상도 추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약품 관세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재 바이오, 의약품 품목별 관세 세부 협상에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현지 제조 공장 구축과 투자 확대, 국내 규제당국의 신약 도입 절차 개선을 통한 적극적인 미국 의약품 허용 등의 내용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제네릭 등 약가 인하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미국 내 약가 인상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관세 압박을 가하는 것은 결국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미국의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견제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대체재로 한국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의약품 관세 세부 협상에서 우리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무엇보다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우리가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현지 공장을 인수하고 신규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보조금 혜택, 생산 물량 우선순위 선정 등의 협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트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지 시설 확보에 관심 집중…기술이전 대안 부상
 
당장 우리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습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기업은 셀트리온(068270)입니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인수하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인수에는 약 7000억원이 들어갑니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효과를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관세 리스크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상황을 지켜본다는 기조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생산 시설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줄곧 미국 생산 시설 확보를 점치는 분위기도 형성됐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분석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기술이전이 꼽힙니다. 제품과 달리 기술이전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이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한 수출 또는 로열티 기반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는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국가 차원의 신약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전직 고위급 관계자는 "원료의약품 또는 완제품은 수출 시 관세 부과 대상이 되지만 자체 기술을 미국 기업에게 이전하는 경우에는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도 관세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 입장에선 제품 수출보다는 기술이전에 초점을 맞춰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동지훈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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