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인사청문회 현역 의원 불패 신화가 깨졌습니다. 보좌관 갑질 의혹 등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자진 사퇴를 선택했습니다. 갑질에 침묵하던 보좌진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의원님 왕국에서 벌어지는 일상은 상식을 벗어난 지 오래였습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갑질 논란'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리를 자진 사퇴했다.(사진=뉴시스)
강선우 사퇴, "늦었지만 다행"
한 정당의 보좌진인 A씨는 24일 <뉴스토마토>에 "갑질에 익숙해져서 뭐가 갑질인지 모르는 상태"라고 고백했습니다. A씨는 "강선우 의원 인사청문회 이후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실명을 밝히고, 문제를 제기할 순 없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의원의 보좌진이었던 B씨는 "의원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데도 보좌진이 밀착 수행을 했다"며 "의원이 침을 맞으려 바지를 벗고 올릴 때도 보좌진이 직접 입히고 벗겨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재선에 실패한 의원을 보좌했던 C씨는 "보통 명절에 의원실에 선물이 많이 들어와 보좌진과 나누곤 했다"며 "그런데 의원이 선물을 나누지 않는 대신 본인이 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의원이 보낸 건 선물이 아닌 '쓰레기'였습니다. C씨는 "의원이 생색내며 보낸 선물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쓸 수 없는 잡동사니였다"고 회상했습니다.
D씨는 의원의 배우자로 인해 고초를 겪었습니다. D씨가 보좌하던 의원의 배우자는 의원실 인사권까지 쥐고 흔들었습니다. D씨는 "의원이 바람을 피운다는 생각에 의원 배우자가 수행비서에게 일정을 항상 물어봤다"며 "인사권에도 개입했는데, 신입 비서관이 와 환영식을 하면 굳이 따라와 얼굴을 확인하고 합격을 물리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올랐던 강 의원의 '갑질' 후폭풍이 거셉니다. 강 의원은 지난 23일 갑질 논란이 거세지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는 사퇴 결정에 "그동안 많이 힘들고 아프셨을 보좌진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보좌진 인권과 처우개선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소속 E 비서관은 "다들 잘됐다는 분위기"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야당 보좌진들도 강 의원 사퇴를 환영했습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사퇴 순간까지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자리를 지켰던 보좌진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끝내 없었다"며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피해 보좌진들과 상실감에 자괴감을 느꼈을 모든 보좌진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사퇴는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어야 한다"며 "가장 가까운 동료조차 존중하지 못한다면 '국민을 위한다'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야 원로들, '갑질 폭로전'
정치 원로들의 비판도 거셉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보좌관 갑질'을 저격했습니다. 홍 전 시장은 "당직자를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차고 폭행해 당직자들의 집단 항의에 스스로 탈당했다가 조용해지니 슬그머니 재입당한 의원은 없었던가"라고 꼬집었습니다.
폭행 논란으로 탈당 후 복당한 송 비대위원장을 정조준한 것으로 보입니다. 송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개표 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당직자 정강이를 발로 차고 욕설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당 안팎의 징계 요구에 송 비대위원장은 자진 탈당했고, 이후 4개월 만에 복당했습니다.
홍 전 시장은 "그 관행이 새삼스럽게 논란이 되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며 "이런 심성 나쁜 의원들은 이제 좀 정리됐으면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 출신 원로들도 여의도에 만연한 갑질 행태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전날 유튜브 <이슈전파사>에 출연해 "여당 지도부가 문제"라며 "많은 사람 입에 오르고 내리고 있는 일을 대통령한테 바르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지도부에 큰 책임이 있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저격했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BBS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국민통합을 한다고 내세우지만, 통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이 싫어하는 일은 안 해야 하는 것이 국민통합의 가장 첩경인데 그런 데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는다 해도 그 인사권이라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현명한 처사"라고 충고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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