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글로벌 결제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정치권이 관련 법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니어스법' 통과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가열되자 민주당은 정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인데요. 다만 한국은행은 통화 안정성 저하와 자본 유출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민병덕 의원과 안도걸 의원이 각각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특별법'을 발의하거나 준비 중입니다. 두 법안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민간에서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100% 이상의 지급 준비금 예치와 엄격한 인가제 도입, 자본 요건 설정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특히 안 의원은 '디지털 자산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발행 총량과 운영 기준을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는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발행 주체의 자율성을 확보하면서도 통화당국의 감시 체계를 명문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입법 경쟁은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 편입한 '지니어스법' 통과가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이 법안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100% 유동자산 담보와 AML(자금세탁방지) 기준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데요.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통화 시장까지 아울러 달러 패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스테이블코인 전환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원화의 통화 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민병덕 의원은 최근 국회 강연에서 "세계 결제 시장에 스테이블코인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며 "지금이 원화 기반 디지털 화폐 생태계를 구축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중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규제되지 않은 비은행 주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의 환전 활성화로 이어져 자본 유출입 규제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인출 위험(코인런) △결제·운영 리스크 △외환 및 자본 유출입 △통화정책 제약 등 스테이블코인 4대 리스크를 지목했습니다. 리스크 예방을 위해 제도 설계 시 감독 체계, 지급보증 장치, 외환 규제 연계 등 복합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정치권이 디지털 자산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보고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중앙은행은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며 구조적 위험에 대해 꾸준히 경고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정책 논의는 단순한 기술이나 금융상품의 문제가 아닌, 한국의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의 향방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통화 기능을 하므로 법제화 과정에서 반드시 한국은행, 기재부 등 통화당국의 역할을 명확히 포함시켜야 한다"며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으로 외환 리스크에 매우 민감한 만큼 신중하고 정교한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할 일 금융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글로벌 디지털 금융 G2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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