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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다. 고금리 덕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왔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총량 규제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업계 전반에서는 이제 장기적인 수익 기반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변화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금융업계가 추진하는 수익 구조 개선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업권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다. 기업 대출 대신 가계대출 확대로 방향을 틀었으나, 총량이 줄어들면서 수익 기반 마련이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업권은 장기적 방안으로 개인사업자대출 확대를 꼽고 있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가계대출 절반 차지...타격 불가피
2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분기 저축은행업권의 여신은 96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97조9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감소했다. 기업 대출이 총여신 축소를 견인한 탓이다. 같은 기간 저축업권의 기업 대출은 49조4000억원에서 48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3개월간 기업 대출은 2.4%, 총여신은 1.4% 쪼그라들었다. 가계대출이 규모를 유지한 것과는 추이가 갈렸다.
저축은행업권이 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 대출의 건전성이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저축은행 수익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타격도 컸다. 저축은행업권 수익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가계대출과 기업 대출로 이뤄져 있다.
기업 대출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관련 여신으로 채웠다. 부동산PF 대출과 브릿지론 등 비교적 위험한 대출이나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대 초반 건설 경기 부흥으로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대출을 실행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덕분에 2022년 말 업권은 1조56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대부분이 부동산 관련 여신을 줄였으나, 여전히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분기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기업 대출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업종은 부동산업으로 19조1090억원이다. 여전히 기업대출의 40%에 육박한다. 건설업에 실행된 대출도 4조6388억원으로 규모가 크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기업 대출이 추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업 대출을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은 가계대출 확대에 나섰다.
장기간 업권 자산 1위를 수성했던 SBI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SBI저축은행은 업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계대출을 실행한다. 지난해 1분기 SBI저축은행의 기업자금대출은 5조2612억원, 가계자금대출은 6조2314억원에서 1년만에 각각 4조5586억원, 6조4779억원으로 변했다. 기업 대출은 감소하고, 가계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가계자금대출 비중도 1년새 52.88%에서 57.2%로 확대됐다.
SBI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크다면, 비중이 큰 저축은행은 신한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으로, 은행 지주 계열 저축은행이다. 1분기 기준 신한저축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81.4%, KB저축은행은 70.7%다. 가계대출이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성장도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한계’
저축은행은 타 업권 대비 포트폴리오 한계가 명확하다. 수익 대부분이 대출이자로 발생하고 있는 데다, 제약도 많기 때문이다. 한동안 효자 노릇을 한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도 마찬가지다. 총여신 중 부동산PF 20%, 건설업 30%, 부동산업 30% 이내로 실행돼야 하며, 총합은 50%를 넘을 수 없다.
유가증권 투자한도에도 제약이 걸려있다.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상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의 50% 이내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상장 주식과 비상장회사채의 합계액이 자비자본의 10% 이내여야 하는 등, 보유 항목을 상세히 정해놨다.
최근 OK저축은행이 iM금융지주의 주식을 매각한 것도 이 같은 한도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iM금융지주(139130)의 최대 주주다. 다만 iM금융의 주가가 상승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관계사인 OK캐피탈에 블록딜로 323만338주를 매각했다. 지분율도 9.7%에서 7.72%로 하락했다.
이 같은 제약으로 유가증권도 저축은행 포트폴리오 해법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 모두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워져 중소기업대출과 자영업 대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난 1분기 기준 저축업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은 14조9457억원이다. 전체 15.5%에 불과하다. 다만 개인대출과 달리 개인사업자대출이나 중소기업대출이 경우 신용평가가 비교적 까탈스럽다. 가계대출은 개인의 소득과 신용에 따라 분류하지만, 이 들의 경우 매출 변동성이 큰 데다 산업 분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장기 계획을 세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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