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약취·유인…'범행 주체' 제한 없다, 사형 또는 무기징역 가능
2025-07-18 14:00:00 2025-07-18 14:33:47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초등학생을 유인하려 한 70대 여성이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이 여성은 학생에게 부탁을 들어주면 1만원을 주겠다며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부산 도심 주택가에선 대낮에 여고생을 납치하려다 실패한 30대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여고생이 강력히 저항하면서 범행은 실패로 끝났고, 남성은 범행 실패 후 5일간 도피 끝에 스스로 경찰서에 출석해 자수했습니다. 그는 현재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어린이 안전대책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가 하면 최근 대법원에선 별거 중인 상대방이 단독으로 양육하는 미성년 자녀를 일방적으로 데려가면 '미성년자 유인죄'를 구성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피고인은 상대방 배우자와 지속적인 갈등으로 상호 합의해 별거 중이었는데 미성년 자녀 2명의 양육은 대부분 상대방 배우자가 전담했습니다. 피고인은 자녀들을 돌보던 어린이집에 아이들과 놀아주려 한다는 거짓말을 해 자녀들을 일방적으로 데리고 가고, 상대방 배우자의 항의에도 자녀들을 인도하지 않고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형법 제287조(미성년자의 약취, 유인)에 대해 대법원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미성년자를 꾀어 그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미성년자를 자유로운 생활 관계 또는 보호 관계로부터 이탈하게 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라고 봅니다. 미성년자가 보호감독자나 그로부터 보호 감독을 위임받은 사람의 사실적 지배하에 있는 경우에는 보호감독자 등도 기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 유인죄의 주체에 관해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 유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일방이 미성년 자녀를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미성년자나 보호감독자 등을 꾀어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겼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유인죄를 구성한다는 겁니다. 
 
형법 287조는 미성년자의 자유와 보호감독자 등의 보호·양육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범행의 주체에는 제한이 없고 객체는 민법상 미성년자인 19세 미만의 사람을 말합니다. 약취와 유인은 피해자를 자유로운 생활 관계 또는 보호 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말합니다. 약취는 그 수단으로 폭행, 협박 또는 사실상의 힘을 사용해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해 옮기는 행위이고, 유인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사람을 꾀어 그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피해자를 옮기는 행위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1항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유인죄를 가중해 처벌하도록 합니다. 약취·유인한 미성년자의 부모 등 그 미성년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사람의 우려를 이용해 재물 등을 취득할 목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살해할 목적인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이 범죄들은 일정한 목적을 가진 목적범인데 이러한 목적에 대해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을 요하지는 않고 피고인의 행위 동기, 경위와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미필적 인식이 인정되면 족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약취·유인한 이후에 재물 등을 취득하거나 요구한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살해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합니다. 성인에 비해 스스로에 대한 방어 능력이 낮은 미성년자를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겁니다. 
 
최근 폐쇄회로TV(CCTV)가 곳곳에 설치되고 기술 발달로 실시간 연락 및 위치추적 등이 가능해지면서 미성년자를 약취·유인해 금전 등을 요구하는 범죄는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성년자들은 범죄에 취약하므로 다양한 목적을 갖고 미성년자를 약취·유인하려는 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 방법을 미성년자에게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는 미성년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를 잘 형성해 행동을 잘 관찰할 필요도 있습니다. 학교 보안관, 하교 지도 도우미와 경찰 등이 유기적으로 등하굣길 안전을 관리하고,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기관에서는 미성년자를 인계할 때 보호자에게 확인을 하는 등의 조치가 필수적입니다. 아동 대상 범죄는 예방이 필수라는 점을 사회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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