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하며 휴학한 의대생들이 1년 5개월 만에 전원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국회는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의료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셈입니다. 다만 복귀 시점이 아직 불확실하고, 사직 전공의 복귀 문제 등 과제도 산적해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의대생들 전원 복귀 선언…정부에 "학사 정상화 종합대책" 촉구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의협 지하 1층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 관련 입장문'을 내고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과대학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회견에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국회는 의대생들의 교육 정상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의대협, 국회, 의협은 정부를 향해 "학사 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전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의료 현장의 피해 복구와 중장기적인 교육 및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번 복귀 선언은 지난해 2월 윤석열정부가 기존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2000명씩 늘려 5년간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데 반발한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에 나선 지 17개월 만입니다.
당시 정부는 "교육의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며 복귀를 호소했고, 지난해 7월에는 유급 면제와 국시 추가 실시 검토를 제시했지만 학생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는 학사 유연화 조치로 동맹휴학을 승인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의대생 전원 복귀 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복귀율은 25%에 불과했지만, 정부는 내년도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의대생 대다수는 '등록 후 수업 불참' 등의 형태로 수업을 거부해 왔습니다.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이번 입장 변화에 대해 "전 정부 때 잃어버린 신뢰관계를 두 위원장(김영호 국회 교육·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장기간 대화하며 회복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복귀를 희망하는 의대생들이 늘어나는 상황과 의대협 집행부의 대안 없는 강경 노선에 내부 피로감이 누적된 점도 입장 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3일 의대생들의 학교 복귀 선언에 "큰 일보전진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결실의 길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김 총리 취임 첫날인 지난 7일 의정 갈등을 언급하며 "김 총리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김 총리는 같은 날 전공의, 의대생 대표 등과 비공개 만찬을 갖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복귀 시점은 '미정'…학사 운영·전공의 복귀 등은 난제
하지만 의대생들의 학교 복귀 시점은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선우 비대위원장은 "정부와 국회의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확한 날짜를 말씀드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사 정상화는 전 정부와 같은 학사 유연화로 (교육 과정의) 압축이나 난립 없이 방학이나 계절학기 등을 모두 활용해 교육의 질적 하락이나 총량의 감소 없이 제대로 교육 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7월에 돌아가면 학사 일정이 2월보다는 좀 늦어질 거 같은데 방학기간 조절 등을 통해 충분히 불합리한 일 없이 합류할 방안 자체는 있다. 그런 부분을 건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40개 의대 유급 대상자는 8305명, 제적 대상은 46명입니다. 의대는 학사 운영이 1년 단위로 이뤄져 1학기 유급 조치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내년에나 복학할 수 있습니다. 2학기 복귀를 위해선 교육부의 학사 일정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수업에 복귀한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있는 학사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교육부는 전날 의대협 발표에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돌아오겠다고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복귀 시기, 방법 등을 포함한 복귀 방안은 대학 학사일정과 교육여건, 의대 교육 과정의 특성을 고려해 실제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 관계부처와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공의 복귀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사직 전공의의 경우 이달 말 공고 예정인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병원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전공의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이미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했고, 수련 자체를 포기한 경우도 일부 있어 의대생처럼 '전원 복귀'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근 전공의 복귀 논의도 급물살을 타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강경파'로 알려진 기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협상파'로 분류되는 한성존 비대위원장이 새로 취임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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