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윤석열씨의 재구속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지형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쇄신 바람이 거세지며 8월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친윤(친윤석열)계 인적 청산'이 급부상한 것입니다. 일찍이 당권에 도전한 조경태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친윤계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인적 청산론을 띄웠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구주류와 신주류는 인적 청산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씨가 10일 재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을 나서는 윤씨 모습. (사진=뉴시스)
인적 청산 놓고 '계파 싸움' 고조
윤씨가 10일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지난 3월8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지 124일 만입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 '윤석열 리스크'가 국민의힘을 다시 덮쳤습니다.
윤씨 재구속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는 친윤계 인적 청산이 됐습니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비주류 인사들은 본격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계파 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어쨌든 정치적인 책임을 진 분들이 거기에 대해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앞서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 의원은 대표적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영세·권성동 의원에 대한 쇄신안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도부의 반발로 하루 만에 혁신위원장직을 포기했습니다.
권성동 의원과 설전도 벌였습니다. 권성동 의원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남자(속이 좁은 남자) 리더십’으로는 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적으며 자신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안 의원을 저격했습니다. 이에 안 의원도 페이스북에 "하남자?"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지난해 12월7일 윤씨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홀로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을 당시 사진을 올렸습니다.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지난 9일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남동 관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집결했던 의원들이 무려 45명"이라며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려고 했던 분들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친윤계와 대척점에 있는 한동훈 전 대표와 밀접한 관계입니다.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안 의원과 조 의원 외에 차기 당권 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냈던 장성민 국민의힘 안산갑 당협위원장, 양향자 전 의원 등도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장동혁 의원 등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김 전 장관은 지지자들이 개최하는 포럼에 잇따라 참석하며 출마 시점을 조율하는 모양새입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의원과 정치 원로 등을 만나며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뽑을 사람 '없다'…전당대회, 혁신 마지막 기회
친윤 청산이 실제로 이뤄질진 미지수입니다. 지난 대선 패배로 구주류로 치부됐던 친윤계는 다시 당권 장악에 성공했습니다. 원내대표단부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윤계 인사들이 포진한 상태입니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5대 개혁안' 등 쇄신의 고삐를 쥐려 했지만 이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친윤계 지도부는 당 쇄신을 이루겠다며 지난 7일 혁신위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당 안팎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직 사퇴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데다,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혁신위의 실효성도 낮기 때문입니다.
혁신위의 인적 청산 의지도 낮습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당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겠다. 전제돼야 하는 건 잘못된 과거와 단절"이라면서도 "당 누군가 나와서 사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더 확실하게 높은 수준에서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인적 쇄신을 직접 추진하기보다 당헌당규에 과오를 명시하는 선에서 쇄신의 첫발을 떼겠다는 것입니다.
이날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7월7~8일 조사,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4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응답률 4.5%, 무선 ARS 자동응답조사 방식) 에 따르면 ‘누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이끌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5.9%가 ‘없다’고 답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1.2%로 가장 높은 지지세를 보였습니다. 이어 안철수 의원 13.1%, 한동훈 전 대표 12.1%, 조경태 의원 11.8%로 나타났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6.5%로,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습니다.
다른 여론조사도 '지지할 사람이 없다'는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김 전 장관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당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부정적인 정서가 짙게 깔린 것입니다.
일각에선 오는 8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내년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 전 당 혁신 향방을 가를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나옵니다. 전당대회가 '혁신 경쟁 구도'로 치달으며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강력한 당 체질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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