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한 달. 궐위에 의한 선거로 화려한 대통령 취임 행사는커녕 취임 선서일로부터 고작 한 달을 맞았지만 분위기는 전임 정부와 딴판인 건 분명합니다. 빠르게 국정을 안정 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생·경제를 위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전 국민 소비쿠폰(민생회복지원금)을 핵심으로 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진용을 갖춰가는 내각, 그리고 가계부채 부담만 키우는 등 부동산 자산 중심의 경제구조 고착화를 해소할 1호 부동산 정책 등 실행 드라이브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우려의 시선과 이견이 다른 이들도 있습니다만 르네상스 시대 정치철학자인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습니다. 힘의 권력이 아닌 개혁은 합의를 바탕으로, 나아가 질서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실용주의를 기치로 한 통합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상식을 바로잡고 파탄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일에 합심해야 국제 질서의 격랑 속에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나가야 할 회복과 통합에 생떼 세력은 고치기 어려운 고질병을 안고 있나 봅니다.
언제부턴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관용구가 익숙해지고 있죠. 본래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이 바뀌지 않는 천성과 문제가 있는데도 교화가 의미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성에 따른 자유사상과 과학적 지식, 거짓·모순된 명제를 부정하고 수정하려는 비판적 정신 등 인간 존엄의 자각은커녕 봉건적 구습과 미신, 도그마, 무지몽매로 민중을 절망케 하고 있으니 고름·종기 적출로도 힘들지 않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 있습니다.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빠르게 닫히는 등 성장 엔진은 식어가고 있습니다. 회복의 대전제인 골든타임 마중물은 ‘0.1~0.2%포인트 성장’. 앞서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0.1%포인트 상승 효과’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견해도 '약 0.2%포인트 높이는 효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타이밍이라 했습니다. 경기 부양으로 그나마 1% 성장을 부여잡을 수 있는 절박함은 재정 여건을 들먹이거나 포퓰리즘으로 치부할 왜곡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중 한 곳은 0.38%~0.77%포인트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중물로 최대 50조원 투입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가계를 쥐어짜고 희생시키면서 끌고 온 한국 경제의 허울은 성장 둔화 앞에 더는 작동하지 않는 퇴행에 직면했습니다.
‘빚내서 집 사라’는 구호로 건설 투자에 연명한 성장 기여도는 가계부채 상환의 부담과 혁신 성장의 투자를 막는 경제구조의 고착화로 변질돼왔습니다. 가계부채 상환 부담만 키웠고 출산은커녕 결혼률 저조와 청년층 취업난으로, 소비 둔화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먹거리가 없는 대한민국은 이젠 개혁해야 합니다. 개혁의 동력을 위해서는 진정한 성찰과 반성을 동반한 합의에 있습니다. 통합을 위한 합의, 합의의 개념은 주권자인 국민들 상호 간의 약속인 사회계약으로 포괄됩니다.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영향을 준 1762년 장 자크 루소가 쓴 『사회계약론』의 함의와 같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향한 선택에 반드시 필요한 역사적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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