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스타벅스 등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까지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친환경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정책 뒤집기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도산 위기를 맞은 데 이어 그나마 남아 있던 곳들까지 또 한 번 고비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1일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환경부의 일회용품 관리 정책 기조 변경 여파로 다수 기업들이 도산했고, 현재 남아 있는 업체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유통업체 발주량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 중입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메가커피 등 굵직한 브랜드 업체를 대상으로 납품하며 상대적으로 큰 규모로 운영되던 한 종이 빨대 제조업체는 피해액이 60억원을 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투자비용, 금융비용, 임차료, 재고 물량 등을 합한 금액입니다. 한때 50명이었던 직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7명으로 줄었고 생산라인은 10개 라인에서 2개 라인으로 줄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스타벅스가 일부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시범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종이 빨대를 도입한 지 약 7년 만입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종이 빨대 사용이 국민 불편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한 영향입니다. 스타벅스는 전체 매장의 10%에 해당하는 200개 매장에 한해 플라스틱 빨대 시범 도입에 나섰다고 밝혔는데요
한 제지회사를 통해 종이빨대를 납품하는 업체는 스타벅스의 정책 변화로 종이 빨대 발주량이 80% 가까이 줄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업체 대표는 "스타벅스로부터 원 발주를 받아 우리에게 제품 생산을 의뢰하는 제지업체로부터 '백색 3겹, 4겹 어느 제품도 일단 생산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게 지난 3월의 일"이라며 "이미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기정 사실화돼 그런 조치를 내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카페에서는 미리 빨대를 선주문해서 쌓아뒀다가 공급을 하는 방식인데 대폭 줄어든 종이 빨대 발주량은 앞으로 플라스틱 빨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임을 방증하고 있다"며 "친환경으로 해도 기후 위기, 탄소 중립 대응이 어려운 판국에 종이에 비해 탄소 발자국이 월등히 많은 플라스틱을 정치권에서 권고했다고 하니 산업계로서는 어느 정책을 믿고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생산을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기존 친환경 정책을 원상복구 하는 길만이 정부가 앞으로 해줘야 할 일"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다만 스타벅스 측은 시범 매장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빨대와 병행해서 사용하기에 원 발주처에 종이빨대 주문량을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월 부산의 한 종이 빨대 제지업체의 창고 철거 모습. (사진=해당 업체)
카페 유통업체를 통해 개인 카페들에 납품해왔던 또 다른 종이 빨대 제조업체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종이 빨대 제조업체는 "개인 카페들에 종이 빨대를 납품하는 카페 유통업체 20곳과 거래를 해왔다. 유통업체가 개인 카페에 납품하는 물량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들어가는 물량보다 많았다"며 "그러나 프랜차이즈 카페가 종이 빨대 사용을 중단하면서 개인 카페도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섰다. 거기에 들어가는 물량이 전부 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국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는 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협의회는 지난달 27일 환경부에 친환경 정책 방향에 대한 회신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협의회는 전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형사 고소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23년 11월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자발적 참여로 전환하며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에 대한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 바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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