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놓고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이재명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은 증세 필요성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특히 대내외적 리스크와 회복·성장에 투입하는 확장 재정을 감안하면 나라살림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인데요.
문제는 쪼그라든 재정을 개선할 수단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경제대혁신에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경제 파이도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법인세 원상회복과 추후 대주주의 범위 축소 등 새로운 세원 발굴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30일 기획재정부의 '5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계획한 예산안의 국세 수입 대비 세수진도율이 45.1%에 머물렀다. (사진=뉴시스)
부족한 세수진도율, 관세 영향까지
30일 기획재정부의 '5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계획한 예산안의 국세 수입 대비 세수진도율이 45.1%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전 정부의 올해 예산안 편성 때 국세 수입이 걷힐 것으로 예상한 382조4000억원 중 올 5월까지 세수진도율이 45.1% 걷혔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5월(44.9%)과 비교해서는 세수진도율이 다소 오른 모습이나 최근 5년간 평균 진도율(46.2%)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항목별로 보면 법인세 88조3000억원 중 42조7000억원이 걷히면서 세수 진도율은 48.4%에 그쳤습니다. 소득세의 경우는 126조8000억원 중 57조7000억원으로 45.5%의 진도율을 보였습니다.
증권거래세(34.0%), 개별소비세(37.2%), 부가가치세(43.8%) 등 일부 세목의 진도율도 여전히 낮습니다. 특히 지난해보다 늘어난 법인세도 법인세 수입이 급감한 전년 기저효과에 불과합니다.
최근 5년 평균보다 1.1%포인트 규모가 부족한 세수 진도율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면서 세수결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3년 연속 세수 결손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지만 결손 범위가 클지 작을지 트럼프발 관세 영향은 최대 관건입니다.
이날 한·미 관세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발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의 대한국 관세가 낮아져야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약 0.427~0.751%포인트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한·미 관세 조치 협의가 잘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한 추산입니다.
이에 반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가 발효될 경우 실질 GDP는 현 추세보다 0.3~0.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재부 측은 오는 9월 세수 재추계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조문균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에서 진도율이 아직 부진한 부분이 있고 양도세와 종합소득세, 관세 등에서 세수 여건이 불확실한 부분이 크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세수결손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0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신산업 등 지원, 불필요 감세 원상회복 필요"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한 규제개혁 등 신산업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버팀목을 위한 세수 결손 대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합니다.
한 전문가는 "고기술·고순도·고품질 등의 품목 다변화와 신산업 확장을 위한 규제 개혁 등 정부의 마중물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불확실성이 짙어 2차 추경으로만 끝나지 않고 재정의 필요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진짜 성장이 필요하나 대혁신의 과정까진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우산이 돼 줘야 하는 데 대내외적 경제 사정, 회복과 성장에 투입하는 확장 재정을 감안하면 갈수록 부담은 불가피하다. 경제운영에 필요한 세수 결손 대책 등 재정 확보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적어도 전 정부에서 감세한 정도는 원상 복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략 15조원 내외 규모일 것"이라며 "새로운 정부가 AI, 에너지, 저출산 지원 등 세제·재정지원이 많으므로 이를 조달하기 위한 일부 증세도 불가피해 보인다. 석유류, 담배나 술 같은 분야, 자산소득 등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증세라고 하는 게 기존 감세(법인세 등)했던 걸 원위치시키는 것만 해도 상당히 큰 효과가 있다"며 "불필요한 감세로 세수 감소가 있었으니 그걸 원위치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외에도 새롭게 세원을 발굴해야 한다. 단기간 내에 어렵겠지만 금융투자 소득세 얘기도 있다"며 "증시 활성화 상황에 당장 시행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대주주의 범위를 조금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예전엔 10억이었는데 50억으로 올려놨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교수는 "부동산 관련해 세금으로 안 한다고 얘기를 하긴 하지만 사실 종부세도 지방의 2주택까지 배제시켜 놨다. 그런 부분들도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 이번 정책도 결국 실수요 이외에는 대출을 안 해주겠다는 얘기인데, 종부세도 마찬가지로 실거주 외 과세하는 게 맞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임대 사업자들에 대해 종부세를 감면해 주는 거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시장에 주고 오히려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그 감면을 줄이고 대신에 정부가 공급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구윤철 후보자는 지난 29일 세수부진과 관련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으며 파이가 적은 데 세금을 걷으면 부족하다. 혁신경제에 이은 초혁신 경제로 파이를 키워 세금이 많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든 뒤 국민들께 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지난 29일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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