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안민석 전 민주당 의원이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일부 인정돼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안 전 의원이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판단입니다. 안 전 의원은 같은 사건으로 형사재판에도 넘겨졌는데, 이번 선고로 인해 형사재판에서도 유죄 취지의 선고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안민석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4월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의원은 지난 2016~2017년 각종 방송 매체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언해 국정농단 사건에 비선실세로 알려졌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공동취재)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26일 오전 최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중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당시 ‘저격수’로 활동했던 안 전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방송 등을 통해 “최씨의 해외 은닉 재산 규모가 수조원에 달한다”, “최씨 재산의 출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최씨는 안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에선 안 전 의원의 무변론으로, 최씨가 승소했습니다. 안 전 의원이 변론에 나선 2심에선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안 전 의원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겁니다. 또 안 전 의원의 발언이 국정농단 문제제기 연장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안 전 의원의 일부 발언에 대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스위스 비밀 계좌에 들어온 A회사의 돈이 최씨와 연관돼 있다”, “최씨가 미국 방산업체 회장과 만났고, 이익을 취했다” 등입니다.
대법원은 “각 발언이 정치적 주장임을 고려해도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며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각 발언과 관련 제보를 받았다는 안 전 의원 측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제보의 존재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제보의 내용이 진실한지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어 “발언 내용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안 전 의원은 단순한 추측이나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라 매우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 짚었습니다.
안 전 의원은 최씨에 관한 발언으로 형사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2023년 11월 안 전 의원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지난 10일 수원지법 형사19단독 설일영 판사가 진행한 안 전 의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대법원이 일부 혐의를 허위사실로 인정한 만큼, 형사사건에서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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