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피해자들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첫 집단소송에 나섰습니다. 청구액은 36억원 규모인데요, 2·3차 소송도 예정돼 청구액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홍콩 ELS 피해자들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 ELS 투자로 손실을 본 신아무개씨 등 17명은 25일 하나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농협은행 등을 상대로 '사기 등 불법행위에 의한 계약 무효 및 부당이득 반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습니다.
홍콩 ELS 사태는 2023년 말 기초 자산인 홍콩 H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건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손실이 확정된 계좌는 17만건이고,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대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은 은행이 위험도가 높은 파생금융상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성만 강조해 판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전체 투자자 가운데 30% 이상이 65세 고령층으로 드러나면서 판매사를 향한 비판 여론이 더욱 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판매사 책임을 인정하고 지난해 3월 배상비율을 발표했습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자율배상안을 내놨습니다.
이번 소송에 나선 피해자들은 은행들의 자율배상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행위가 명백한데, 투자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지운다는 겁니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들은 "시중은행들이 투자자의 투자성향, 재산상태, 금융이해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며 "상품 구조와 손실 가능성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수익률과 안전성만을 부각시켜 투자자를 오인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이어 "은행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율배상안은 피해자의 과거 투자 경험, 가입금액, 나이 등 부당한 차감요인을 적용해 은행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손해를 실질적으로 배상하는데 부적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원고들은 개별 판매 직원의 실수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조직적인 실적 위주 판매 관행을 이번 사태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원고들은 "시중은행들은 실적 중심 KPI 체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홍콩 ELS 판매를 압박했다"며 "2019년 DLF 사태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판매를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원고 측은 이번 소송을 통해 금융기관의 구조적 책임을 물어 금융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최재영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키코(KIKO)부터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 비슷한 사고와 비슷한 대책이 반복된다"며 "금융기관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온전히 묻는다면 금융기관이 스스로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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