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사옥(왼쪽)과 한미약품 사옥. (사진=GC녹십자, 한미약품)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지난 10년간 제약기업 매출 2위 그룹을 형성한 GC
녹십자(006280)와
한미약품(128940)의 내실이 상반됩니다. GC녹십자는 2년간 순손실을 기록한 반면 한미약품은 경영권 다툼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습니다. 차이를 만든 건 연구개발이었습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각각 1조478억원, 1조317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나란히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조 클럽은 연매출 1조원을 넘긴 제약기업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통상 높은 시장 경쟁력과 안정된 재무건전성의 바로미터로 평가됩니다. 국내에선
유한양행(000100)이 2014년 연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했습니다. 이듬해 한미약품이 거둔 매출은 당시 제약업계 신기록이었습니다.
이후 한미약품은 지난해까지 GC녹십자에게 제약업계 매출 2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GC녹십자는 △2022년 1조7113억원 △2023년 1조6266억원 △2024년 1조6799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 매출은 △2022년 1조3315억원 △2023년 1조4909억원 △2024년 1조495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 규모에선 GC녹십자가 앞섰지만 수익성에선 한미약품이 우월했습니다. 2022년 694억원이었던 GC녹십자 순이익은 이듬해 적자로 돌아서 19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손실 규모는 426억원으로 커졌습니다.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에도 2022년부터 해마다 1016억원, 1654억원, 140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두 회사의 수익성 격차는 매출의 성격이 다른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제약사의 품목은 제품과 상품으로 나뉩니다. 제품은 자체 개발 품목, 상품은 다른 기업의 제품이죠. 작년 말 사업보고서를 보면 GC녹십자의 제품 매출 비중은 56%로 확인됩니다. 한미약품은 제품으로만 국내 매출의 약 97%를 충당했습니다.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자체 품목이 수익성 성패를 가른 셈이죠.
GC녹십자는 수익성 악화 원인을 해외 진출과 자회사 부진에서 찾았습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액제제 '알리글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제반 비용이 커졌고 자회사 부진이 겹쳐 수익성이 주춤했으나 작년 하반기 알리글로가 미국에서 출시돼 올해부터 매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별도 기준으로는 1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됐다"고 진단했습니다.
한미약품의 수익성 유지는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로수젯'과 고혈압 제품군 '아모잘탄' 처방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의약품 조사시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로수젯의 작년 처방액은 2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증가했습니다. 아모잘탄 처방액은 911억원으로 1년 새 2.2% 늘었습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제품을 통해 얻은 수익을 신약개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발매할 계획"이라며 "신약개발 중심의 점진적 진전을 통해 미래 기업 가치를 한층 더 높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