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강석영 기자] 현직 철도기관사인 김영훈(57)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재명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습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되면 소년공 출신 대통령에 이어 기관사 출신 첫 노동부 장관이 됩니다. 주로 관료나 교수, 정치인이 노동부 장관을 맡아왔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 발탁'입니다. 노동계에선 노동현장을 아는 인물인 만큼 새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대통령실이 지난 23일 발표한 장관 인사 중 큰 화제를 모은 건 현직 기관사 출신 김영훈 노동부 장관 후보자였습니다. 현직 철도기관사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건 처음입니다. 김 후보자는 본인이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됐다는 소식도 서울행 ITX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하던 중에 들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30년 넘는 경력의 철도기관사이자 노조 활동가로 살아왔습니다.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아대를 졸업한 뒤 1992년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에 입사해 기관사로 일했습니다.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에 당선됐고, 근무체계 개편과 KTX 승무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2006년 3월 파업으로 주도하다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2007년 전국운수산업노조 초대위원장을 거쳐 2010년~2012년엔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2017년부터는 정의당(현 민주노동당)에 입당, 정치활동에 나섰습니다. 21~22대 총선에선 각각 정의당,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20대·21대 대선에선 거푸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현장 노동자 출신을 노동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자 노동계는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밝힌 '노동 존중,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존중 사회' 공약이 실현될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노동·노조의 현실을 잘 알고 온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2006년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 총파업으로 70여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기도 했다"며 "노동부 장관이 되면 노조법 2·3조 개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장관에 지명된 순간까지 현직에서 일하고 있던 만큼 노동현장에 대한 이해와 노동운동 상층부의 고민까지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다만 "노조 위원장과 노동부 장관의 역할이 다른 게 사실"이라며 "장관으로서 정부의 노동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와 합의로 노사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인데, 그 부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사관계학 전문가인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노동 운동, 진보 정치를 열성적으로 해 온 사람이 장관으로 지명됐다"며 "이재명표 노동공약을 만드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약속을 현실로 이끌어나갈 일꾼이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이나 정년 연장 등은 경영계의 반대가 하나같이 심한 의제"라며 "노동계 출신으로 경영계의 반대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료들에게 수장으로서 인정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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