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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8일 11: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이 시크먼트 지분 매각으로 손실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시크먼트 이외에 팀플러스를 제외한 관계기업 4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여기에 지난해 기준 자회사 5곳도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크림은 이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인해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도 심화되고 있다.
기업가치 100억원 시크먼트, 3년새 8억원으로 축소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림은 지난 5일 2022년 30억원에 사들였던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시크먼트의 지분 30%를 올해 6월 2억5284만원에 헐값으로 처분했다. 이로 인한 차손은 약 27억4716만원으로 추산된다. 2022년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이 시크먼트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기업가치는 100억원으로 인정 받았다.
시크먼트의 지분을 인수한 크림은 이후 자회사 '팹'을 통해 개인 간 명품 거래 플랫폼 '시크(CHIC)'를 정식 론칭했다. 시크는 2011년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시작한 국내 럭셔리 부문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시크먼트를 토대로 크림과 협업해 출범된 플랫폼이다. 시크먼트는 현재 회원수가 73만명을 넘어서는 명품 중고거래 카페로, 활동회원만 6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시크에서는 전화번호와 계좌·신용카드·신분증·사기 내역 등을 모두 인증한 사용자만 판매가 가능해 중고 거래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낮췄다. 이와 함께 모든 거래의 결제 대금은 구매 진행 과정 동안 시크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구매가 확정되면 판매자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기 피해 발생 시 일반거래 시 구매가의 200%를, 정품 감정 거래 시 구매가의 300%를 보상해주는 피해보상 정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인한 명품 수요 감소와 시장 내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이 이어지면서 시크먼트의 실적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2022년 8억원 규모이던 매출액은 2023년 14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10억원으로 재차 감소했다. 당기순손익도 2022년 2억원 손실, 2023년 2억원 이익, 2024년 2억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3년 평균 약 60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기업가치도 3년 전 대비 크게 줄었다. 최근 지분 처분 대금으로 기업가치를 환산 시 8억4280만원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 매매가격 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지분법서 제외됐지만 종속·관계기업 적자 지속 '우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인해 시크먼트로 인해 발생하던 당기순손실은 지분법손익에서 제외되게 됐다. 하지만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기업 중 시크먼트를 제외한 5곳 가운데 4곳이 여전히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이번 지분 처분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분법적용투자주식손상차손 22억원이 발생했다. 이는 피투자회사의 경영 악화,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투자자산의 가치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하면서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에 나타난다.
최근 3년간 크림의 관계기업의 당기순손익을 합산한 금액을 살펴보면, 2022년 438억원 손실에서 2023년 26억원 손실로 손실폭이 축소됐고, 지난해 6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해 티켓베이를 운영하는 모바일 앱 개발 기업 팀플러스가 37억원 흑자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팀플러스를 제외한 4곳은 여전히 당기순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크림의 당기순손실은 723억원을 기록하며 재차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비용이 656억원 발생한 점이 손실로 이어졌다. 이 중 633억원이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부채평가손실로 인해 발생했다. 당기순손익 증감이 반복되면서 결손금도 2022년 3522억원, 2023년 3414억원, 2024년 4141억원으로 증감을 반복했다. 2022년 마이너스 2752억원에 불과했던 자본총계도 2024년 3216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크림은 매년 매출액을 뛰어넘는 영업비용이 지속되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은 2022년 460억원, 2023년 1222억원, 2024년 1776억원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영업비용이 2022년 1320억원, 2023년 1630억원, 2024년 1864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영업손실도 2022년 861억원, 2023년 408억원, 2024년 89억원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종속기업의 손실도 지속되고 있다. 종속기업 합산 당기순손실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각각 53억원, 55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2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가장 많은 손실을 기록한 종속회사는 소다(57억원)과 팹(45억원)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팹은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41억원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 가운데 크림이 5일 시크먼트 지분 처분과 함께 종속회사인 팹 1만2486주를 9억4700만원에 추가 인수해 눈길을 끈다. 이번 결정으로 팹에 대한 보유 지분율은 지난해 말 68.43%에서 100%로 확대됐다.
크림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팹 지분 취득과 시크먼트 지분 처분은 별도의 건이며 이번 결정으로 시크먼트 실적은 지분법손실에서 제외될 예정"이라며 "팹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효율화를 진행하는 한편 기존과 같이 팹과 시크먼트 간 협업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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