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장 진단)④김종호 기보 이사장 3년 평가…'우수' 성과표 뒤 부실심사 논란도
기금운용평가·경영평가 '우수'…대내외 평가 긍정적
악용된 '원클릭보증'…보증 사고 급증
후임 인선 지연…이사장 임기만료 후 7개월째 연임 중
2025-06-17 14:53:40 2025-06-17 15:39:51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주요 정책금융기관장들의 역할과 성과를 진단합니다. 정책금융기관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13개 정책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각 기관장이 본연의 책무를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2021년 11월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11월7일 임기 만료 이후 현재까지 7개월 넘게 직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4대 이사장인 김 이사장은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과 사무총장을 비롯해 문재인정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두루 역임했습니다. 임명 당시 오랜 공직 생활을 바탕으로 재정·경제, 산업·중소벤처 정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았습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청렴과 소통을 경영 철학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왔는데요. 감사원 등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으며 체득한 원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사진=기술보증기금)
 
기금 운용·경영 평가 '우수'
 
기술보증기금은 기술보증기금법에 따라 설립된 정책금융기관으로, 기술 기반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와 보증료 우대 등을 통해 기업 성장을 뒷받침해왔습니다. 
 
김 이사장 재임 기간 기보는 외형적 성과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기보는 지난 1일 기획재정부의 '2024 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2년 연속 최고 등급을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도 2022년 C(보통) 등급에서 2023년 A(우수) 등급으로 두 단계 상승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아 6년 연속 '지역사회공헌 우수 인정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ESG 측면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기보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당초 계획보다 약 2조원 많은 29조5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했습니다. 
 
기술금융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됐는데요. 기보는 자사 기술평가 시스템인 'K-TOP'을 외부에 개방하며 기술 기반 기업 지원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K-TOP은 기보가 30여년간 축적한 기술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한 플랫폼으로, 개방 이후 일반 기업들이 자가진단을 통해 기술금융 지원 가능성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원클릭 보증' 악용…심사 시스템 허점 드러나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오른쪽)이 2023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 같은 평가와는 별개로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도 있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원클릭 보증'을 둘러싼 부실 심사 논란입니다. 
 
원클릭 보증은 창업 기업의 신속한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최대 1억원까지 간편한 절차로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대면 상담이 먼저 이뤄지는 통상의 기술보증서 발급 과정과 달리, 체크리스트 등 작성한 서류를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제출해 비교적 간소한데요. 절차 간소화를 앞세워 신속한 보증 지원이 된다며 기보의 혁신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절차 간소화가 오히려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통로가 됐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원클릭 보증을 악용해 금융기관에서 100억원대 대출을 받아낸 범죄 조직 95명이 적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허위 사업계획서와 예상 질문 답변서까지 준비해 심사를 통과했고, 기보는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원클릭 보증 관련 사고 건수는 2020년 4건에서 2023년 595건으로 급증했고, 원클릭 보증 대위변제액 역시 2020년 2억4600만원에서 2023년 538억50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권 의원은 "이번 사건은 현행 기술보증심사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이에 김 이사장은 사과의 뜻을 밝히며 기보 자체 감사실을 통해 선제 점검과 전수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임기 만료 7개월째 연임 중…내부선 "조직 확장 성과"
 
김 이사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해 11월 종료됐지만 후임 인선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당초 기보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사장 공개 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후임을 선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정 전반의 혼란 속에서 인선이 지연됐고 현재까지 후보자 발표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기보는 업무 공백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보 관계자는 "이사장 임기가 종료되었더라도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는 법률에 따라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돼 있어 기관 운영에 우려할 만한 공백 상황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김 이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내부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입니다. 또 다른 기보 관계자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위한 조직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20년 만에 수도권 3개 점포를 열고, 35년 만에 처음으로 싱가포르와 실리콘밸리 지점 개소를 앞두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내부 한 직원은 "이사장이 직원과의 소통이 원활해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다"며 "조직 확대나 직원 복지와 관련해 각별히 신경 쓰고 직원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내부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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