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맞아 주요 정책금융기관장들의 역할과 성과를 진단합니다. 정책금융기관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13개 정책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각 기관장이 본연의 책무를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8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재정 건전성 악화와 도덕적 해이 논란 속에서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최 이사장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입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으로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습니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2023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용보증기금은 1976년 설립된 정책금융기관으로, 담보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보증을 통해 자금 조달을 지원해 왔습니다. 최 이사장 임기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신보의 재정 건전성 악화입니다. 신보가 올해 초 발표한 '2025년도 업무계획'에 따르면 보증 부실률이 2022년 2.0%에서 2023년 3.3%로 증가했습니다. 신보는 올해는 4.2%까지 부실률을 관리할 계획입니다.
신보는 올해 보증 총량을 지난해 계획(86조3000억원)보다 12.4% 줄어든 75조6000억원으로 축소했습니다. 고유사업 예산도 기존 75조7000억원에서 7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습니다. 특히 한시사업 예산은 기존 10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무려 78.3%나 급감했습니다.
고금리와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대위변제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대위변제액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정책금융기관이 은행에 대신 빚을 갚아준 금액을 말하는데요.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3830억원에서 2023년 2조2873억원으로 65.4% 늘었고, 지난해에도 2조95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또다시 증가했습니다.
도덕적 해이·부실 심사…기관 평가 하락
재정 악화와 함께 내부 통제 부실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신보의 부실 심사 체계를 지적했는데요. 김 의원에 따르면 신보가 지난 10년간 허위 자료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고 보증을 선 건수는 25건에 달했고, 보증금액은 229억970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이 중 회수된 금액은 104억4000만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김 의원은 "허위 자료를 차단할 수 있도록 부처와 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 체계 구축, 행정정보 활용 확대, 관련 시스템 고도화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신보가 퇴직 임직원 중심의 사우회 출자회사 신보공영(현 SB에이드)에 일감을 몰아주고, 퇴직자를 대표와 부대표로 재취업시키는 방식의 내부 부당거래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SB에이드는 지난해 매출 64억원 가운데 88.5%를 신보와의 거래에서 발생시켰습니다. 2020~2024년 SB에이드의 연평균 당기순이익은 14억원이었고, 이 중 연평균 9억원을 신보 사우회에 배당해 신보의 임직원 복지 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신보의 각종 평가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신보는 종합 B(양호)등급을 받았습니다. 2021년 A등급을 받은 이후 2022, 2023년엔 한 단계 낮은 B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더십 등 경영관리와 재무관리 분야에서는 C등급으로 더욱 부진했는데요.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도 전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12월 발표한 최근 평가에서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상임이사 '알박기' 논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용보증기금지부가 지난달 30일 신용보증기금 본점 앞에서 신보의 상임이사 낙하산 인사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
최 이사장 퇴임을 앞두고 최근에는 '알박기 인사' 논란도 제기됐는데요. 지난달 2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보지부는 신보가 최근 금융위원회 출신 이영우 수석전문관과 내부 출신의 김승관 본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알박기'라고 규탄했습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갑질과 폭언 논란이 있었던 인물로 전해졌습니다.
한 신보 관계자는 최 이사장의 리더십에 대해 "최 이사장이 임기 중 역점을 둔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최 이사장이 업무 전문성은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기관 경영 방침 전반에 설득력이 부족했다"며 "특히 해외지사 설립 등 해외 사업에 관심을 집중했지만 정부 승인을 받는 등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내부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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