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아기가 짜증을 낼 때, 노래를 불러주세요. 아기의 기분이 확연히 좋아질 겁니다."
아기를 돌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아기에게 노래를 부릅니다. 최근 이런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기의 정서적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아동연구센터 연구진은 지난 5월 28일 세계적 학술지 Child Development에 아기에게 노래를 부르면 아기의 기분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논문의 주 저자인 예일대 아동연구센터 박사후 연구원 조은(Eun Cho) 박사는 "아기에게 노래 부르기는 쉽고 안전하며 비용이 들지 않는 건강 개입 방법"이라며 "이는 부모와 아기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평균 4개월 미만의 영아와 부모 110쌍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의 부모들에게 아기에게 자주 노래를 부르도록 장려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그룹의 부모들은 새로운 노래를 배우고, 가라오케 방식의 동영상과 영아 친화적인 노래책을 제공받았으며, 매주 음악 활용법이 담긴 뉴스레터를 통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목하는 방법을 안내받았습니다.
4주간 진행된 실험 동안 부모들은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아기의 기분 상태, 짜증의 빈도, 진정까지 걸린 시간 등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아기에게 노래를 더 자주 부른 부모 그룹에서 아기의 기분이 현저히 좋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부모들은 특히 아기가 짜증을 내거나 불편해할 때 음악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새뮤얼 메르(Samuel Mehr) 박사는 "부모들은 본능적으로 음악이 아기의 부정적 감정을 진정시키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라며 "연구를 통해 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그는 아기의 기분 개선 효과가 단순히 음악을 듣는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인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암스테르담 대학 심리학과 박사 과정 리디아 유르덤(Lidya Yurdum)은 "노래 부르기는 복잡하거나 비싼 치료법을 대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특히 이미 음악을 덜 활용하던 가정에서는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은 현재 노래가 장기적으로 부모의 스트레스나 산후 우울증을 경감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후속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아기의 기분 개선뿐 아니라 수면의 질 향상 등 다양한 건강 효과에 대해서도 탐구할 계획입니다.
메르 박사는 "인간이 음악을 진화적으로 발달시킨 이유 중 하나가 감정적 소통 때문"이라며 "부모가 아기에게 자장가를 부를 때 전달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로 '내가 너와 함께 있고,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니세프(UNICEF)는 아기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 도파민과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의 분비 촉진, 집중력 향상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아기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과 인지능력 발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부모-자녀 간 소통에서의 음악적 요소는 언어 발달과 사회적 유대감 등 유아기와 아동기 전반에 걸친 다양한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노래와 동기화된 움직임을 포함한 음악적 부모-자녀 상호작용은 언어 습득과 친사회적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토론토대학 Sandra Trehub 명예교수는 2015년 학술지 Infancy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기를 진정시키는 데 있어서 노래가 말보다 훨씬 더 효과적”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아기에게 노래를 부르는 것은 말로 달래는 것보다 불안감이 시작되는 시점을 두 배 더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감정 조절 측면에서 노래가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매우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듬이 정확하고 박자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아기는 거의 최면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그들의 주의를 끌거나 분산시키거나 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그 리듬 있고 반복적인 소리에 완전히 매료된다”라고 설명합니다.
예일대 등 합동 연구진의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도구로서의 노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기에게 노래 부르기가 본능적 행동에서 실제 건강 개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셈입니다. "아기들은 부모의 목소리를 분명히 듣고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생각보다 더 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메르 박사가 부모들에게 던지는 유용한 팁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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