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이미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또 한번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미국이 기존 25%였던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있는 용광로. (사진=포스코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US스틸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세가 25%일 때는 허점이 있었지만 50%가 되면 더이상 미국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오는 4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발표'는 자국 철강업계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특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과 관련해 미 철강노조(USW)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고율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업황 부진으로 내수와 수출 수요가 모두 둔화된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실적마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관세를 두 배로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철강 수출액(332억9000만 달러) 중 미국 수출은 13.1%(43억4700만달러)를 차지합니다. 한국은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대미 4위 철강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이 마진이 높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데, 이번 관세 인상으로 원가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무너졌다”며 “무엇보다도,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습니다.
유럽도 미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유럽 수출마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기존 조치에 더해 추가 보복 조치를 다음달 14일부터 자동 발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EU는 지난 4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향후 EU가 철강 수입 쿼터를 더 축소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도 실질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국내 철강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입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에 대응해 EU도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유럽향 수출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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