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 등 고위험 공급국의 태양광 인버터 사용 제한에 나섰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 이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가운데, 유럽이 화석연료를 넘어 재생에너지 설비에서도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입니다. 이에 국내 태양광 업계에서는 유럽 시장 진출 확대 가능성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LX판토스 시화MTV센터 지붕형 태양광발전소. (사진=경기도)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EU 자금이 투입되는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고위험 국가 공급업체의 인버터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망에 연결되는 에너지 사업이 주요 대상입니다.
인버터는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직류 전기를 전력망에 사용할 수 있는 교류 전기로 바꾸는 핵심 장치입니다. 최근 인버터는 원격 제어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갖춘 경우가 많아, 특정 국가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전력망 교란이나 사이버 보안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EU가 이번 조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에너지 안보 우려 때문입니다. 중국산 인버터가 유럽 전력망에 광범위하게 연결될 경우, 외부에서 전력 생산을 조작하거나 발전을 중단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를 거치며 특정 지역과 국가에 집중된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확인한 만큼, 재생에너지 설비에서도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국내 태양광 업계에는 이번 조치로 유럽향 공급 확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산 제재가 강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습니다. 반면 유럽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진출이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이 공공 프로젝트와 정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비중국 공급망을 요구할 경우 한국산 태양광 제품이 대체재로 거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EU 당국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스위스 등 EU와 비슷한 입장을 공유하는 국가들의 업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한국 기업에도 일부 온기가 올 수 있다”며 “인버터를 시작으로 향후 태양광 제품 전반에서 비중국 공급망을 찾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어 유럽 시장 진출 여지도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단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적용 대상이 EU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에 한정돼 개별 국가나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고, 유럽 인버터 시장에서는 독일 SMA 등 현지 업체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EU 차원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각국 사업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산 대체 수요가 생기더라도 국내 기업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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