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이효진 기자] '혐오·차별·증오'가 판치는 제21대 대통령선거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은 '극단의 정치'입니다. 특정 정파의 이념만 옳다고 주장하는 확증편향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의 12·3 비상계엄 역시 '확증편향의 광기'가 촉발했습니다. '나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는 비단 윤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방탄 입법도 극단의 정치와 무관치 않습니다. 세대도 가르지 않습니다. 대선 막판 '여성 혐오' 파문을 일으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망언이 대표적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저열한 네거티브 공세와 귀를 의심하게 하는 혐오적 발언으로 후보 검증을 위한 TV토론회를 역대급 막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극단으로 치닫는 팬덤 정치와 과거보다 심화된 맹목적인 지지 성향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대위 신속대응단 강득구 단장과 정준호, 박관천 부단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혐오와 편견의 늪에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준석 망언집'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발 '여혐'…네거티브로 얼룩진 대선
이준석 후보는 29일 여성 신체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사과보다는 자신의 입장 해명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거듭된 사과 요청에 대해 "불편함을 드릴 수 있었던 점은 유감"이란 짧은 답변만 남겼습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대선 후보 3차 TV 토론에서 여성 신체에 관한 수위 높은 발언을 해 빈축을 샀습니다.
해당 발언이 나왔던 토론의 주제는 '정치개혁과 개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토론시간 26분 내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타 후보 비방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사건 겨냥, "올해 4월에 고등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희 어머니의 중요 부위를 찢겠다'는 말을 했다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이것 누가 만든 거냐"라며 "이재명 후보의 욕설 보고 따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내가 변호사인데, 대선 후보 토론장에 나와 있는 것 같지 않고 마치 법정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건 이준석 후보뿐만이 아닙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유세에서 "배현진 의원을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성 인지 감수성 결여 논란이 일자 김 후보는 "발언이 잘못됐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재명 후보는 1차 TV 토론에서 김 후보를 향해 "어쩌라고요"라고 말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거듭된 논란에 '비호감 대선'…투표는 역대급
막말 대선 계보에서 지난 2022년 20대 대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씨는 지난 2021년 10월 19일 부산 유세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는데요. 군사독재를 한 인물을 옹호하는 발언에 질타가 이어졌지만 끝내 사과 표현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와 사과 사진을 올리며 '개사과' 논란까지 일으켰습니다.
이재명 후보도 수위 높은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는데요. 지난 2021년 11월 3일에는 웹툰 <오피스 누나 이야기>의 표지를 보고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발언해 빈축을 샀습니다. 이 밖에 대장동 리스크, 법인카드 사적 유용 관련 논란까지 일며 비호감 이미지에 불을 지폈는데요. 결국 각종 리스크를 안은 채 대선을 완주해야 했습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였지만 흥행에는 성공했습니다. 77.1%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인데요. 윤씨는 1639만4815표를 얻으며 역대 최다 득표수로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비호감 정권의 끝은 빠른 레임덕과 비상계엄, 탄핵이었습니다.
'노사모'부터 '개딸'까지…강화된 '팬덤정치'
역대급 비호감 선거에도 흥행에 성공한 것은 '팬덤정치'의 영향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정치권에 '팬덤' 현상이 일어난 것은 2000년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들이 만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만들어지면서입니다. 이후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부터 이재명 후보 지지자 모임인 '개혁의 딸(개딸)', '위드후니(한동훈 팬덤)'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팬덤정치는 마치 아이돌 문화처럼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강성 팬덤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팬덤 정치는 과거에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해 뭉쳤을 뿐 다른 정치인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선동을 하진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의 팬덤정치는 소셜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더욱 강성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예로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의견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것이란 지적입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도 "과거와 달리 정치의 팬덤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늘었는데, 이런 문화는 극단적인 아스팔트 극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박 실장은 "극우 아스팔트 속에도 일부 팬덤이 있을 수 있지만, 상식에 반해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은 팬덤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양극화된 정치상황의 분열을 막기 위해선 정치권에서 통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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