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화 분쟁에도 안정성 챙긴 SK하이닉스
한미 측 엔지니어 SK하이닉스 복귀
한화세미텍 800억원 토지·건물 담보
업계 “공급 다변화 계속 추구” 전망
2025-05-27 15:35:26 2025-05-27 17:26:10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장비 거래를 재개한 데 이어, 철수했던 한미반도체 엔지니어가 다시 SK하이닉스로 복귀하면서 지난 한 달간 계속됐던 양사 갈등이 일단락됐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양사 모두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와 함께 TC본더를 공급받기로 한 한화세미텍으로부터 손실에 대비한 800억원의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받는 등 당초 목표인 안정적인 공급망 다변화를 이뤄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고객서비스(CS) 엔지니어들은 전날부터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에 출근해 업무를 재개했습니다. CS 인력은 클린룸(청정 공간) 안에서 장비 오작동 시 즉각 대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 공정에서 납품 일정은 물론, 생산성과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인력입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8년 동안 한미 측으로부터 TC본더를 독점으로 공급받아오다,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한화세미텍으로부터 TC 본더 15대를 총 420억원에 납품받는다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급처 다변화가 이유입니다. 
 
이에 반발한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라인에 상주하던 CS 인력 50~60명을 철수하는 한편, TC본더 납품가의 25%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업계에선 양사의 우호적 협력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사이 SK하이닉스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한화 측을 두고 한미의 공세와 한화 측의 반격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습니다. 
 
이러한 불편한 삼각관계는 지난 16일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가 나란히 SK하이닉스에 TC본더 공급계약을 맺게 되면서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한미와 한화 측의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양사 모두 SK하이닉스와 수백억원 대의 대규모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갈등이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것입니다. 
 
SK하이닉스가 양사와 TC본더 납품 계약을 맺게 된 데에는 한화세미텍 만으로 원하는 일정에 맞춰 필요한 장비를 모두 충당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제조에 필요한 TC본더의 90% 이상을 한미반도체로부터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한미반도체 단독 공급에서 한화세미텍 병행 공급으로 듀얼 벤더 체제가 구축되면서 공급망 다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점도 SK하이닉스로서는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납품 계약 과정에서 한화세미텍으로부터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제공받아 최소한의 안전장치까지 마련했습니다. 지난 26일 한화비전 분기보고서를 보면 자회사인 한화세미텍은 최근 납품 계약 이행보증을 명목으로 약 803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SK하이닉스에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담보 설정액은 1000억원입니다. TC본더 납품에 차질이 생겨 SK하이닉스에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이를 보전한다는 차원입니다. 
 
TC 본더 납품 계약에도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다변화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가 이번 계약으로 완료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TC본더 외 장비 등에서도 다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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