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기술혁신연구소(TII), AI71, 아마존 협력해 AI 전 세계 서비스 시작(사진=TII)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중동의 AI 굴기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1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의 기술혁신연구소(Technology Innovation Institute, TII)와 AI 전문기업 AI71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자국산 인공지능(AI) 기술을 전 세계 시장에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협력을 통해 UAE는 AI 모델의 개발·보안·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주도하며,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패권 경쟁에 중동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핵심은 TII가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팔콘(Falcon)’ 시리즈입니다. 고성능과 경량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팔콘 모델은 성능 평가에서 메타의 LLaMA나 알리바바의 Qwen 같은 주요 글로벌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특히 중동권에서는 유일하게 독자 개발된 상업 수준의 LLM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글로벌 인프라 타고 확산되는 ‘팔콘’
TII는 팔콘(Falcon) 시리즈를 아마존 세이지메이커(SageMaker)와 베드록 마켓플레이스(Bedrock Marketplace)를 통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종량제 API를 통해 모델을 호출할 수 있으며, 이는 대형 서버 없이도 고성능 AI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일종의 'AI 민주화'로도 불리는 이 구조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개발도상국 등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특히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협력을 통해 AI71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또한 AWS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공급됩니다. AI71은 산업 자동화, 보안, 고객 응대, 의료 진단 등 분야별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공급 중이며, 이번 AWS 제휴를 통해 글로벌 100개국 이상에 서비스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AI71의 최고 AI 자문역 치아라 마르카티(Chiara Marcati)는 “우리는 AWS를 통해 더 빠르게 확장하고, 제품의 시험과 개선을 반복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실전형 AI’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술·보안·인재 양성까지 ‘풀 패키지 전략’
UAE의 이번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서, AI 전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WS와의 협력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전개됩니다.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강화
TII는 자체 보안 솔루션 ‘페탈가드(PetalGuard)’를 AWS에 공급하고, 완전 동형 암호화(FHE), 다자간 연산(MPC) 기반의 AI 암호화 기술을 공동 개발 중입니다. 이는 모델 학습 및 추론 과정에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차세대 기술로, 의료·금융·공공 데이터 등에 필수적입니다.
▲제품 공동 개발과 프로토타이핑
AWS의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TII와 AI71은 각국 기업과 정부기관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AI 솔루션을 빠르게 설계하고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AI 기획-제작 원스톱 공정’이 AWS를 통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재 양성과 자격 인증
AWS는 AI71의 교육 프로그램 강화에 참여하고 있으며, AWS 공인 AI 인증을 기반으로 UAE 및 중동 지역의 인재를 글로벌 표준으로 육성 중입니다. 현지 대학과 연계된 AI 교육과정과 실무형 프로젝트 기반 훈련도 병행됩니다.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
팔콘 시리즈는 오픈소스 형태로도 배포되고 있으며, 글로벌 개발자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서도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팔콘 모델은 누적 다운로드 5천5백만 건을 넘겼습니다. 학계, NGO, 스타트업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사회적 영향력도 확산 중에 있습니다.
‘Falcon-H1’, 고성능 AI의 경량화 선언
최근 TII가 발표한 ‘Falcon-H1’은 기존의 대형 AI 모델과 달리, 연산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고성능을 유지하는 경량형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와 맘바(Mamba) 구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소형 GPU 1대만으로도 구동 가능합니다.
Falcon-H1은 총 6개 사이즈(500M~34B 매개변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타의 LLaMA나 알리바바의 Qwen보다 수치상 성능이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 연구자 하킴 하시드(Hakim Hacid) 박사는 “이 모델은 단순히 작고 빠른 모델이 아니라, 실사용 가능성에 집중한 '현장형 AI'"라며 “특히 엣지 디바이스, 의료기기, 드론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I도 기술 주권의 시대…UAE의 전략적 도전
UAE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상용화를 넘어선 ‘기술 주권 확보’의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중동은 오랫동안 원유 기반 경제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 들어 첨단 기술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AI 분야는 미국, 중국 중심의 시장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전략적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TII의 CEO 나즈와 아라즈(Najwa Aaraj) 박사는 “우리는 소수 글로벌 기업들이 지배하는 AI 시장에, 개방성과 책임성, 효율성을 갖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UAE는 이제 소비국이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고 수출하는 ‘제조국’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UAE는 아마존이라는 세계 최대 플랫폼과 손잡고 AI 모델을 단순히 개발하는 것을 넘어, 보안·유통·교육·응용까지 포함한 ‘AI 종합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중동의 움직임은 우리의 AI 기술 주권 확보는 어떻게 전개돼야 할지 묵직한 과제를 던집니다. AI 분야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발 기술 주권 실험이 향후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UAE '신기술연구위원회(ATRC)' AI71 출시 행사 장면(2023년)(사진=TII)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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