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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2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철근 하나만으로 사업을 꾸려온 국내 철근 업체들이 건설 경기 침체에 위기를 맞았다. 매출 대부분을 철근 판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 경기 위축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문제는 철근 단일 매출 구조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 속에서 매출을 방어하거나 늘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철근업계는 가동률을 줄여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 있지만 매출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매출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철근 업체들은 철근 하나에 기댄 채 불황을 견딜 방안을 궁리 중이다. <IB토마토>는 철근 산업의 위기를 들여다보고 단일 품목에 집중된 사업구조가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근 산업의 불황이 심화하고 있지만 철근 업계는 사업 다각화보다 버티기에 집중하고 있다. 순손실을 온전히 감내하면서 철근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충분한 철근사의 자본력도 철근 단일 사업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철근 단일 사업에만 집중할 경우 지속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넉넉한 자본력 바탕으로 불황 ‘인내’
26일 업계에 따르면 철근사 전반은 불황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신사업 등 다른 사업 확대 대신 버티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철근 판매가 매출 구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탓에 철근 수요 감소를 다른 사업으로 메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꾸준히 쌓아온 자본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불황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순손실이 발생해도 이익잉여금이 많으므로 자본총계 감소에 따른 영향이 적은 것이다.
보통 자산총계에서 자본총계 비율이 40% 이상일 경우 자본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철근사 다수의 자산총계 대비 자본총계 비율은 4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한국철강 87%, 환영철강 92.5%, 대한제강 82%이며, 철근 생산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특강도 이 비중이 40%를 기록했다. 철근사의 이익잉여금 중 가장 적은 규모가 1000억원대였고, 많게는 8000억원에 달한다.
자산 대비 자본 비중이 높다는 것은 비교적 부채 문제에서도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부채가 적으면 불황을 돌파할 투자를 하지 않고 철근 사업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철근사들이 철근 단일 사업만 가지고도 불황을 버틸 수 있는 이유도 넉넉한 자본력 때문이다.
또한 투자도 줄여 자본 유출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철근사의 유형자산 투자액을 살펴보면 대한제강이 7억원, 환영철강 14억원, 한국특강 4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투자를 큰 폭으로 줄였다. 불황이 심화하면서 현금 지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자본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현금 지출 축소하는 것은 철근사 전반의 긴축 경영 기조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철근사는 건설 경기 회복 시기를 기다리며 지금의 불황에 최대한 긴축으로 대비할 분위기로 전해진다. 보수적인 경영 기조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넉넉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긴축 경영으로 버티는 업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 유출 확대…성장은 ‘의문’
건설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경우 철근사의 자본도 지속적으로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철근사들은 수익성 저하 외에도 배당 확대라는 변수로 인해 자본 감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최근 주주들로부터 환원 요구를 받는 철근사들은 배당을 늘리는 추세다. 수익성이 저하되는 가운데 배당이 늘며 자본 축소가 가속화되면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추진 중인 한국철강은 지난해 순손실 38억원을 기록했지만, 실제 이익잉여금은 3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배당으로 265억원이 나갔기 때문이다.
대한제강 역시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유사한 배당금을 책정해 배당성향이 대폭 상승했다. 2024년 배당금(87억원)에 기반한 대한제강의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12.1%였지만 올해는 22.7%(배당금 85억원)로 대폭 상승했다.
또한 급격한 자본력 감소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철강은 지난해까지 차입금이 전혀 없었지만 올해 1분기 25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반면 사업 다각화 체계가 구축된 철근사는 수익성 측면에서 순수 철근사보다 낫다. 형강(모양이 잡힌 철강)도 함께 생산하는 한국특강은 올해 1분기 철근 공장 가동률이 93%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늘었다. 철근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형강 사업에서 메꾼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 한국특강의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4억원)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업계는 앞으로도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가며 리스크에 대응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철근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반기까지 철근업계의 사업 위축 우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철근 사업 외 다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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