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연금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제도 내 개선’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국민연금을 분리하는 파격적 구조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기초연금 개선이나 감액 제도 손질 등 ‘수혜성’ 접근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구조 개혁이나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은 모호하게 제시되는 등 구체적인 장기 로드맵 없는 연금 공약이 줄을 이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18년 만에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연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오르게 됩니다.
2007년 이후 이뤄진 연금 개혁이었지만, 숫자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안’에 불과할 뿐 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구조개혁안’은 부재했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또 청년세대 부담만 가중시켰다며 ‘개혁’ 아닌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연금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자 대선 후보들은 '연금'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세 후보의 공약은 구체적 개혁 방안을 알 수 없는 모호한 단어로 채워졌습니다.
이재명·김문수 모두 기초연금 "더 주겠다"
이재명 후보는 기초연금 '부부 감액'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행 제도는 단독가구와 부부가구 간의 생활비 차이를 감안해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의 연금액에서 20%를 감액하고 하고 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9일 소득 하위 50% 이하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재는 중위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월 43만2510원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윤석열정부의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을 부분적으로 계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공약에 재원 마련 방안은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기초연금은 보험금이 아닌 전액 국가 조세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공공부조의 성격을 지닙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부 감액'이 폐지될 경우 연 3조원씩 앞으로 올해부터 향후 5년간 15조2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후보들은 이를 고려한 재원 조달 및 운용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김문수 감액 개선 한목소리…이준석 "신·구 연금 분리"
이재명 후보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연금개혁 지속 추진'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근로소득이 있는 수급자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 감액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김문수 후보도 비슷한 취지의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근로소득에 따른 국민연금 감액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노령연금 수급자가 연금 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임대소득 등이 발생해 월평균 소득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초과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5년간 연금액 일부를 감액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는 초고령사회인 시대 상황에 맞지 않고, 고령층의 근로 의욕을 꺾고 노후 소득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청년 안심 2차 개혁'을 내걸며 청년세대 표심을 공략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금개혁위원회에 청년세대의 참여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연금 급여와 보험료율이 조정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도 공약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자동삭감장치'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연금을 신·구로 '분리'한다는 급진적 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신구 연금 분리' 방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공약인 것으로 보입니다. '구연금'은 자동조정장치를 조기 시행하고 국고를 조기 투입하고, '신연금'은 자신이 낸 보험료와 투자 수익에 따라 받는 금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 방식을 도입한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이를 실현할 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 "재정 대책 빠져…특정 세대 아닌 전 세대 사회적 합의 필요"
정용건 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금행동 21대 대선후보 연금정책 공약 평가 및 대선 요구안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는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으며, 중장기 플랜 대신 단편적인 접근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금을) 준다는 것만 있고 어떻게 더 부담할지 고려하는 내용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릴 '혹'만 붙이는 공약으로 전부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방안"이라며 "이는 연금 제도를 더 지속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현 제도를 너무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국민연금은 긴 노년기의 노후 빈곤을 막기 위한 것으로 모든 세대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세대 갈등의 영향으로 특정 계층을 타겟하다 보면 사회보험으로서의 국민연금 제도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대선 후보 연금정책 공약에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 관해서는 "연금개혁을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의도 아래 비전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미래세대의 연금 걱정이 없는 연금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선언적으로 제시돼 있을 뿐 뚜렷한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준석 후보의 공약에도 "구·신연금으로 분리한다면 최대 1700조원에 달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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