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국내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 또 다른 변곡점이 생기고 있습니다. 중국 매트리스 기업들이 직접 국내에 유한회사를 설립한 뒤 저가 공세로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는데요.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고충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 매트리스 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23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 내 매트리스 카테고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업체 상당수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국내에 세운 유한회사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업체는 10만원 안팎의 매트리스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저가 매트리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 한 가지 제품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가 판매량이 늘자 제품의 크기를 다양화하고 상품 카테고리도 늘렸습니다. 초반에는 번역투의 상세정보와 답변으로 중국기업이라는 인상이 뚜렷했으나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으로 정보를 변경하는 등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품 품질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중국 저가 매트리스의 성장세는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온라인에서 매트리스, 가구 판매량이 가장 많은 플랫폼이 쿠팡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중소 매트리스 업체들은 최근 발주량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온 저가 브랜드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침투만을 원인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소비 위축과 함께 악재가 더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이미지=챗GPT)
국내 중소 매트리스 업체들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동안 중국 기업의 국내 유한회사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 상위 기업의 매트리스 판매량은 월 만 단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는데요. 쿠팡 내부에서도 중국 유한회사들의 매트리스 판매 성장률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크게 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의 이 같은 진출 형태를 새로운 유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산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는 많았지만 직접 유한회사를 만들어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특히 이들 기업은 '판매자로켓' 배송 방식을 채택해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타기팅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 환경에 맞춘 공격적인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인 시장 재편의 신호일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수 시장이 둔화하며 한국 플랫폼에 대한 전략적 진출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 온라인 가구판매 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유한회사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확 낮춘 제품을 새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중국 기업의 매트리스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며 "직접 구매도 해봤는데 정상 제품이었다. 중국기업들이 이렇게 치고 들어오면 국내 영세 기업들은 발주 가뭄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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