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독주'로 이어지고 있는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최종 변수는 '범보수 단일화'입니다.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5일이 단일화의 '골든타임'에 해당하는데요.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추이와 정치권 상황을 종합할 때 단일화 가능성도, 시너지도 '제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의 민심이 '1+1=2'라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땐…이재명 지지율 '더 상승'
22일 최근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1강 구도는 굳혀졌습니다. 이날 <에너지경제·리얼미터>(20~21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의 차기 대선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48.1%,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8.6%,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9.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조사 기관의 직전 조사(14~16일 조사)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내리고 김 후보의 지지율은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1강 구도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여론조사의 흐름이 각종 기관을 통해 확인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연일 이준석 후보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단일화만이 역전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 영향입니다.
하지만 단일화로 인한 역전 가능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습니다. 단일화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너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로 범보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재명 50.3% 대 김문수 43.5%'로 조사됩니다. 이준석 후보로 범보수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이재명 49.5% 대 이준석 37.7%'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3자 구도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 단순 합은 48.0%인데요. 단일화 이후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43.5%로 4.5%포인트가 단일 후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48.1%(3자 구도)에서 50.3%(김문수 단일후보 시)로 2.2%포인트가 상승했습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추세는 타 기관 여론조사에도 반영됩니다. 같은 날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19~20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ARS RDD 무선전화 방식)에 따르면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51.9%, 김문수 후보 37.6%, 이준석 후보 7.2%로 조사됐습니다.
단일화를 가정한 조사를 보면 김문수 단일후보 땐 '이재명 53.4% 대 김문수 39.6%'로 조사됐고, 이준석 단일후보 땐 '이재명 53.3% 대 이준석 26.3%'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도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단순 합은 44.8%이지만 단일화 지지율이 높은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39.6%로 시너지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 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자 구도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21일 공표된 <YTN·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 결과(18~19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내 무작위 추출 전화면접)에서도 이재명 후보 50%, 김문수 후보 36%, 이준석 후보 6%로 조사됐습니다. 단일화 조사 결과도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상승효과는 없었습니다. 김문수 단일후보 땐 '이재명 52% 대 김문수 39%', 이준석 단일후보 땐 '이재명 51% 대 이준석 25%'였습니다. 이 조사 역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자 구도보다 범보수 단일화 때 더 상승했습니다.
결국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지지층이 일치하지 않다는 건데요.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10% 벽에 갇혀있는 것도 한몫합니다. 이준석 후보가 '대안 보수'를 내걸며, 토론에서의 강점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노렸지만 1차 TV 토론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게다가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그림자도 여전히 남은 모양새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태균씨와 지난 21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통화 내용은 기억 안 난다"면서 "(명씨가) 단일화 얘기를 했는데 조언을 들을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서 단상으로 향하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투표 용지에 기호 4번 선명"
범보수 단일화는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습니다.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두 후보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다,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없는 영향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21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에 대해 "훌륭하게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주역"이라면서 "마지막에 결국 저와 단일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는 '40대 총리'까지 거론하며 이준석 후보를 염두에 두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대선 캠프 내 인사들을 통해 이준석 후보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등 단일화 물꼬를 트기위한 전방위 행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이 받아보실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거부'를 공식화한 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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