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는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열린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된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최현함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북한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 새 구축함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이례적으로 이 사실을 신속하게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신속한 사고 소식 공개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청진조선소에서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로 건조한 구축함 진수식 진행됐다"며 "구축함 진수 과정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진수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함미(배 뒷쪽)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돼 바닦에 걸리면서 일부 선저(배 밑바닥)에 파공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함수(배 앞쪽) 부분이 선대에서 분리되지 못했습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보고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발생한 도저히 있을 수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엄중한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과 청진조선소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과오는 다음달에 소집되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취급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통신은 "김 위장은 '구축함을 시급히 원상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며 "당 중앙위원회 6월 전원회의 전에 무조건 완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데다 김 위원장이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지적한 만큼 관계자들에 대한 대규모 문책이 예상됩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청진항의 대형 함정 진수 동향을 사전에 추적 감시하고 있었으며, 측면 진수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며 "(사고 함정의) 크기나 규모 등을 볼 때 최현호와 비슷한 장비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고, 현재 바다에 넘어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김정은이 질책을 했다고 공개한 만큼 그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북한군 동향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드릴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북한은 2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2025년도 당 및 국가 중요 정책 집행 정형을 중간 총화하고 하반기 사업과 일련의 중요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 6월 하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것을 신속하게 공개한 것이 더 놀랍다"며 "숨기기보다는 공개해서 부정적인 소문을 차단하고 간부들을 더 확고하게 통제하려는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 사고를 용납 못 할 범죄로 규정하고 부주의 등 인재 가능성 언급한 데 더해 사고 책임 기관으로 공수공업부 등 직접 거명한 것 등을 미뤄볼 때 대규모 문책이 예상된다"며 "사고 하루 만에 보도는 아주 이례적인데 발빠른 공개가 사건 해결에 도움된다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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