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선재 인턴기자] 대선을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나란히 '서울 표심' 공략에 나섰습니다. 보수 진영 내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연신 러브콜을 보내며 '빅텐트' 구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준석 후보는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이준석, 범보수 단일화 '키맨'
김 후보는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습니다. 지난 12일 공식 유세가 시작된 후 내내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등 집토끼 잡기에 집중하던 김 후보는 중기중앙회를 시작으로 서울 표심 공략에 나섰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중도층 표심이 밀집한 지역인데요. 강성 보수층을 등에 업고 대선 후보에 오른 김 후보서는 외연 확장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이후 국회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는 "우리 당에서 성장하고 정치인으로 잘 발전하던 도중 당에서 안타깝게 떠나거나 본의 아니게 당 밖으로 나간 분들이 있다"며 "저는 이 모든 분을 포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용광로'를 자처하며 강성 보수 이미지 희석에 나선 것입니다.
김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빅텐트'를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됩니다. 앞서 김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 등록 직후 "반국가·반체제 세력을 막기 위한 '광폭 빅텐트'를 세우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이후 1990년생에 초선인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공동선대위원장·청년본부장에 파격적으로 임명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빅텐트 대상으로 이 후보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 파격 인선도 그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오는 25일 전까지 단일화를 목표로 하는데요.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준석 후보에 대한 공식 사과와 징계 취소·복권, 당 개혁 선언을 제안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준석 후보는 과거 우리 당 대표로서 두 차례 전국 단위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개혁 정치를 실천해 온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비대위원장 명의로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고 공식 사과하고, 비대위의 의결로 징계 취소와 복권을 단행하라"고 말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에게 연일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사진=뉴시스)
김문수 러브콜에도…이준석 '시큰둥'
정작 이준석 후보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그는 이날 서울교육대학교를 시작으로 서울 집중 유세에 나섰는데요. 학생들과의 만남 이후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별 관심 없다"며 "선거운동을 통해서 저희 공약과 비전을 알리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데 거기서 도대체 어떤 분께 어떤 공을 돌리고 있는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선 끝난 직후부터 거의 단일화무새(단일화 앵무새)가 아닐까 할 정도로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며 "단일화 전략이 과반 (지지를 받는) 이재명 후보를 막아 세울 수 있을 거 같은지 (궁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후보의 목표는 '완주'입니다. 앞서 "탄핵 반대파와는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할 수 없다"며 연일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 후보 양자 구도 지지율이 좁혀지지 않는 한 단일화는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여론입니다. 지난 14일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8.6%, 휴대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가 51%에 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 31%, 이준석 후보 8%의 지지도를 합쳐도 이재명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데요.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씨와 안철수 의원이 단일화 성공 후 이재명 후보를 꺾었지만, 현 상황에서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단일화로 국민의힘이 승기를 잡기 어려운 것입니다. 오히려 40세로 젊은 이준석 후보가 대선을 완주해 득표력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 분열에 '스몰텐트'도 어려운 국민의힘
게다가 국민의힘은 현재 빅텐트는 커녕 '스몰텐트'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선대위 내 '빅텐트 추진단'을 설치했습니다.
성과는 좋지 않습니다. 당내 인사들마저 김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있는데요.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선대위 참여를 외면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순신 장군은 혼자 대장선을 몰고 133척의 왜군에 맞서 처절하게 싸운다"며 "지금 우리 당 김문수 후보의 모습이 바로 그렇게 고독해 보인다"며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나경원 의원도 지난 13일 "각자의 자리를 요구하고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함께 하길 바란다. 각 캠프 구성원들과 지지자들께도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주요 인사들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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