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마저 '반토막'…빨라진 '제로 성장률'
KDI, 올해 성장률 대폭 낮춰…국책기관 '첫 0%대'
한국 성장률 '잿빛 전망' 일색…주요 IB 0%대 경고
미국발 관세 충격 현실화·내수 부진 장기화 '발목'
2025-05-14 15:53:26 2025-05-14 19:07:3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낮췄습니다. 석 달 만에 성장률 눈높이를 절반이나 낮춘 것으로,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 여파, 정국 불안 등 겹악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KDI의 전망치는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평균 눈높이와 엇비슷하지만, 국내 주요 기관 중에선 처음으로 0%대를 제시한 것이어서 눈에 띕니다. 심지어 이조차도 미국이 상호관세 인상 조치를 90일 유예해 10% 관세율이 부과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예상한 전망치입니다. 만약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 관세가 오른다면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게 KDI의 판단입니다. 국내외 안팎으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 가능성을 크게 내다보면서 0%대 성장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석 달 만에 1.6%→0.8%…5년래 '최악 성적표'
 
KDI는 14일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2월 발표한 전망치(1.6%)와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만에 반토막이 난 것입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0.7% 역성장한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게 됩니다. 내년 성장률도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DI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기관이나 국책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이 지금까지 제시한 전망치 중 가장 낮습니다. 앞서 정부는 올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한국은행은 지난 2월 1.5%의 성장률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로 예상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0%의 전망치를 내놨습니다. 
 
KDI의 전망치는 주요 IB 시각과 비슷합니다. 이미 주요 IB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 이하로 줄줄이 하향 조정하면서 0%대 성장을 내다봤습니다. 그만큼 올해 한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JP모건은 올해 한국 경제가 0.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고, 씨티는 0.6%를 예상했습니다. 또 골드만삭스와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0.7% 성장을 내다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바클리 역시 각각 0.8%, 0.9% 성장을 전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 관세 오를 땐…'0.8% 사수'도 어렵다
 
KDI가 석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절반이나 낮춘 배경에는 내수 부진과 통상 여건 악화가 꼽힙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국내에선 소비 심리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고, 건설 부분에도 공사 지연 등 차질이 발생했다"며 "(미국의) 관세 인상도 이렇게 빨리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DI는 미국이 광범위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인상한 가운데 관련 불확실성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수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때문에 올해 상품 수출이 전년보다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총수출도 0.3%로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990억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도 올해는 920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내수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민간소비가 올해 1.1% 내외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건설투자 부진이 성장 발목을 잡았는데,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4.2%로 하락 폭이 확대될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설비투자는 고금리 기조가 완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관련 투자 수요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 1.7%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용 역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 16만명에서 올해 9만명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KDI는 이 같은 전망치도 90일간 유예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내놨습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현재 (미국의 상호관세 인상 조치가 90일 동안) 유예된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제했다"며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추가적으로 조금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 재정 지출 신중해야…금리 인하는 필요"
 
문제는 오는 6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기 진작을 위한 정책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미 세수 여건이 악화돼 재정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꺼낼 카드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KDI 역시 정책 제언을 하면서도 올해도 '세수펑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추가적인 재정 지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KDI의 조언입니다.
 
아울러 KDI는 대내외 수요 둔화로 초래될 수 있는 물가 하방 압력을 축소하기 위해 통화정책은 보다 완화적인 기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금융정책도 건전성 기조를 유지한 대출정책으로 일관되게 추진하고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 실장은 "향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금리의 경우 지금 경기 등을 봤을 때 올해 추가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김지연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DI)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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