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이틀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7명이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총선을 치르고 이듬해인 올해 대선을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불법 계엄과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2년여 앞당겨진 이번 대선도 놀라운데, 지난 주말 보수 정당이 보여준 역대급 막장 드라마는 더욱 놀라웠다. 수권 정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주말 동안 보여준 후보 교체 시도는 막장극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보수 정당의 존재 기반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21대 대통령 선거 운동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이번 대선은 탄핵에 따른 대통령 궐위로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선거다. 새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곧장 선거 다음날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숨 돌릴 겨를 없이 경제·외교적 현안은 물론, 당면한 과제들을 풀어 나가야 한다. 때문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책과 공약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유례없이 정책과 논쟁이 실종된 상태에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대선이 3주 정도 남은 지금쯤이면 각 후보들의 공약도 잘 알려져 있어야 하고, 어느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 나은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한창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껏 다들 엉뚱한 데 힘을 쓰느라 정책은커녕 비전도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나라 곳간을 축내는 포퓰리즘 공약들뿐이다. 월 10만원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8세 미만에서 18세 미만까지 확대키로 한 이재명 후보의 공약, 65세 이상 고령층 출퇴근 이외 버스 무료 탑승을 내건 김문수 후보의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가 활력을 잃은 지 오래고, 성장 버팀목인 수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246%가 주요 19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집계 결과는 처참했다. 하반기 미국 관세정책의 충격이 본격화하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들은 참혹하기까지 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최하위라는 점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위기의 경고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 공약에 또 기대려 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포퓰리즘 공약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 성장잠재력도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먹고 살 수 있는 '해법'이다.
어떻게 하면 구조개혁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성장 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 등 국가 미래를 우선하는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눈앞의 표만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아닌, 국가 경제를 살리는,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가를 기대하는 것은 또 지나친 욕심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대한민국 유권자는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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