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훈 산업1부장]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지 않았던 대선이 없었지만, 이번 대선만큼 ‘경제 대통령’에 대한 전 국민적 니즈가 컸던 경우도 없지 않을까 싶다. 지난 3년 동안 한국경제를 시원하게 말아먹은 내란 우두머리 덕분에, 한국경제의 성적표가 처참한 수준인 까닭이다.
먼저 올 1~2월 폐업한 자영업자만 2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570만명이던 자영업자는 계엄과 탄핵 등을 겪으며 지난 1월 55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590만명)보다도 적다. 폐업 후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도 지난해 4년 만에 2.3배나 늘었다. 뛰는 물가와 높은 금리 부담에 소비 심리 위축까지 더해지며 자영업이 벼랑 끝으로 밀리고 있다.
경제 전반 또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금리 인상, 정치 불안, 환율 폭등, 글로벌 경기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국 등 경쟁국가와 기술 격차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새로운 성장동력은 확보되지 못하는 문제점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제2의 IMF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만한 이유다.
이런 상황인 탓에 조기 대선의 가장 큰 화두 역시 ‘경제 살리기’가 됐다. 입장과 방향은 달라도 여야 후보들 모두 경제를 앞세운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알려져 있듯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다.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뜻으로 국정이 혼란하지 않고 민생이 편안한 상태를 말한다. 오로지 자신의 사익을 위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 국민의 삶을 위기로 몰아 넣은 전무후무한 윤석열 정권 하에서 더 간절해진 바람이다.
본디 경세제민이란 정치 민주화와 함께 경제 민주화를 이뤄낸 상태를 일컫는다. 경제는 정치의 가장 집중적 표현이라는 말처럼, 정치와 경제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민주주의가 재화의 합리적 배분이듯 경제는 민주주의 없이 온전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경제의 큰 뜻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하고 소비하는 사회현상을 이르는 이코노미(Economy)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경제 대통령이 아닌 경세제민 대통령을 바란다. 사진은 청와대 본관 모습.(사진=뉴시스)
물론 ‘이코노미로서의 경제’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되레 나는 이번 대선에서 흔하디흔한 ‘경제 대통령’보다 ‘경세제민 대통령’이 선출되길 바란다. 경제를 살리는 궁극적 목적이 경세제민에 있다는 것임을 잊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에 돈 많고 권세 있는 자들만이 아닌,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자리도 번듯하길 바란다. 아울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며 노동자들을 막대했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고 ‘노동하기 좋은 나라’도 함께 만들어 주길 바란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지방 토호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닌, 수도권에 대한 과감한 분권을 통해 지역소멸을 막는 방편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한국경제를 볼 때 미국과 대기업만을 떠올리는 대통령이 아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도 함께 떠올리는 대통령이 뽑히길 바란다. 가마에 오를 때 가마꾼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미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노동절 집회에 나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는 대통령을 만나길 바란다. 이제 우리도 속류화된 경제 대통령이 아닌 품격 있는 경세제민형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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