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업계 불황에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향후 수출 규제에 대비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익 창출도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충남 대산에 위치한 LG화학 대산공장 메탄건식개질(DRM)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녹색 동맹’을 맺는 등 CCUS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LG화학과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메가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해 CCU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의 제철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면, LG화학의 메탄건식개질(DRM) 기술을 적용해 합성가스(일산화탄소+수소)를 생산하는 구조입니다. 합성가스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화학 제품의 원료로 판매하거나 제철 공정에 재투입할 수 있습니다. 철강과 화학 산업을 연계해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겁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1공장에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CCU 설비를 짓고 상용화를 추진 중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열벙합발전소 여수제2에너지사업장에 CCU 설비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7월 CCU 기술연구를 토대로 이산화탄소를 넣은 폴리올 개발에 성공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습니다. 폴리올은 침대 매트리스 폼 등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입니다.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사업입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계 불황에도 CCUS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기후정책 후퇴 움직임에도 탄소중립 대응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탄소 배출량 상위 1000개 기업의 69.6%가 탄소중립 대응이 "자사의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4일 CCU 기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철강, 발전 등 이산화탄소 다배출 산업을 중심으로 우선 정부 지원 대형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다른 기업으로 확산을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과 사업성이라는 과제는 있지만, 지금 진행할 수 있는 신사업은 CCUS가 가장 적합한 것 같다”라며 “글로벌 탄소 규제도 심해지고 있어 대응을 위해서라도 CCUS는 포기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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