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부르는 청년·소상공인 금융공약
여야, 퍼주기 경쟁…형평성·부실 우려
2025-05-13 15:17:39 2025-05-13 15:17:39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의 포퓰리즘 금융공약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빚을 탕감하거나 상환 유예를 확대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각각 10대 핵심 공약을 발표하고 청년과 서민 금융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해서 증가한 소상공인 부채를 중심으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채무조정과 탕감, 긴급 자금 지원 등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두고 성실히 상환한 차주와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버티면 정부가 나중에 탕감해준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금융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포퓰리즘 공약은 은행권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의 경우 단기적으로 차주의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소득 개선 없이 부채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한목소리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종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소상공인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확대하고 키오스크 등 각종 수수료 부담도 완화할 계획입니다. 또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대환대출을 활성화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단계적 감면해 대출상환 부담을 줄일 방침입니다. 특별감면제나 상환 유예제 등 청산형 채무조정 적용도 확대키로 했습니다.
 
이밖에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 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 △장기 소액연체채권 소각과 배드뱅크 설치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비용의 금융소비자 부당전가 방지로 원리금상환부담 경감 △채무자 중심의 보호체계 구축 및 사각지대 해소 등을 추진합니다. 
 
김문수 후보는 소상공인 생계방패 특별융자,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새출발 희망프로젝트 지원금 확대를 포함한 소상공인 응급지원 3대패키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김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 설립으로 신보·소진공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키로 했습니다. 또한 자영업 금융 플랫폼 통합체계를 구축하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상품 및 신용평가 체계를 혁신시키겠다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중·저신용 소상공인 대상으로 보증부(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 구매전용 신용카드를 발급(1000만원 한도, 6개월 무이자 등) 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입니다.
 
수년간 상환 유예에도 연체율 치솟아
 
대선후보들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 조치는 은행권 잠재 부실 위험을 끌어올릴 수 있고 성실히 원리금을 갚은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며, 시장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오랫동안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 상환 부담이 이연되고 이는 결국 은행의 건전성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위해 대출 문을 좁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수 차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출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치솟은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조7460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3750억원)보다 27% 증가한 것으로 2년 전인 2023년 1분기(9840억원)와 비교하면 2년 새 1.8배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324조7174억원으로, 1년 전(322조1169억원) 대비 0.8%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2년 전(314조7218억원)과 비교하면 3.2% 증가했습니다. 대출 총액보다 연체액이 더 크게 늘면서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1분기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평균 0.51%로 지난해 4분기보다 0.09%p 올랐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 유예를 확대해주거나 이자를 일부 감면해주는 등 공약은 매번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지만 결국 원리금 상환에 어느 효과도 가져오지 못하는 정책이기도 하다"며 "결국엔 위험 부담을 느끼는 은행들이 사업자 대출을 잘 내주지 않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 지원금 확대 등 금융지원 공약도 구체화가 필요합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으로 대출 상환 연장과 새출발기금 지원을 포함해 정부가 대신 이자나 보증수수료를 지원했던 정책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2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이자 지원 등 지원액은 1조원에 불과했습니다. 정책자금 상환기관 연장 등 금융지원 14조원, 새출발기금 확대 10조원 등이 대부분 예산을 차지했습니다.
 
단순히 지원금을 늘린다고 해서 소상공인이 받는 직접적인 금융지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예산 지원 기준과 대상 등을 보다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영업 문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요소로 악화한 만큼 단기적인 고통 줄이기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만 아니라 반복될수록 실질적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기존에 나왔던 정책에 예산을 늘려 퍼주기 정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공약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 상환 유예 확대 공약들이 많이 나오지만 지속해서 돈을 갚지 못하는 차주에겐 오히려 '돈을 안 갚아도 된다'는 심리를 작용하게 해 연체금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며 "상환 이력이 있거나 부분 상환 했던 우량 차주의 경우 어느 정도 선별 지원을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정해놔야 성실 차주와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 만기연장, 이자 유예 등 공약을 내놓으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합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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