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LG이노텍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손잡고 차세대 로봇용 핵심 부품 개발에 나섭니다. 광학 사업의 애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LG이노텍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만큼, 사업 다각화에 한층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LG이노텍 마곡본사 전경. (사진=LG이노텍 제공)
12일 LG이노텍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용 비전 센싱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탑재될 ‘비전 센싱 모듈’을 함께 개발합니다. LG이노텍은 하드웨어 모듈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시각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맡기로 했습니다.
비전 센싱 시스템은 적녹청(RGB) 카메라뿐만 아니라 3D 센서 등 다양한 부품이 집약된 고성능 모듈입니다. 야간이나 악천후처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로봇이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양사는 향후 센싱 외에도 다양한 원천기술을 로봇에 접목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계획입니다.
이번 협력은 LG이노텍의 사업 구조 개선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약 70%가 애플향 카메라 모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의 수요 변화나 공급망 조정에 따라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 구조입니다. LG이노텍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장, 로보틱스 등 광학 기술을 활용한 신규 분야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협업 파트너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지분 80%를 인수한 로봇 전문 기업입니다. 협력 대상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옮기는 등 고난이도 작업 수행이 가능합니다. 미래학자 피터 다이아맨디스가 선정한 글로벌 로봇 개발 선도 기업 순위에서도 아틀라스가 4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최신 모델은 지난해 4월에 공개된 아틀라스 2세대입니다. LG이노텍은 “이번 협약은 2세대 모델이 아닌 차세대 모델에 대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공급 규모는 사업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2세대 모델의 성과에 따라 차세대 모델 개발과 상용화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기대가 모입니다.
현대차는 올해 말 아틀라스 2세대를 글로벌 공장에서 시범 테스트하고, 2028~2030년 사이 상용화할 예정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700만대 이상의 완성차 생산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로봇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20억3000만달러(약 2.8조원) 수준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9년 132억5000만달러(약 1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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