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AI(인공지능) 정책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출마 선언 5일 만입니다. 공약을 선보인 한 후보 캠프 정책대변인은 자신이 이날 대변인 직책을 맡았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구체적인 공약 이행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등 급조된 후보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한 후보 개인 능력부터 가족을 둘러싼 논란까지 대선 후보 검증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입니다.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7일 오전 1호 공약으로 '부총리급 AI혁전략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비현실적·진부한 공약…예견된 미흡함
한 후보는 7일 대선 1호 공약으로 '부총리급 AI혁신전략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약을 발표한 윤기찬 정책대변인은 "한 후보의 1호 공약인 AI혁신전략부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첫 번째 약속"이라며 "AI 기능을 체계적으로 통합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주요 5개국(G5) 기술 강국 견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포부와 달리 급조된 캠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윤 정책대변인은 정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정책대변인을 오늘 처음 맡았다"며 난색을 보였습니다.
한덕수표 AI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후보는 AI혁신전략부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AI 반도체 50만 장을 확보하는 내용의 AI 국가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여기에 우수 신진인재 육성기금 조성과 핵심인재 대체군복무 등 파격적 처우로 AI 인재 지원 체계를 만들 계획입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분의 1 수준인 GPU 5만 장 확보를 공약했을 때 국민의힘에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겨냥했는데요. 이날 정책 발표에서도 비슷한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윤 정책대변인은 "2030년까지 목표치이고 그것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도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관해서는 확인 후 따로 답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공약의 참신성마저 떨어집니다. 한 후보의 AI혁신전략부는 지난달 15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발표한 '미래전략부 신설' 공약과 많이 닮아있는데요. 두 공약 모두 AI 전략을 담당할 새로운 부처를 만든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예견된 미흡함입니다. 이번 공약 발표는 대선 출마 5일 뒤에 이뤄졌습니다. 한 후보는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위해 총리직에서 내려온 뒤 2일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이어 정대철 헌정회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는데요. 그간 "단일화 실패는 국민 배신"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대선 후보로서 정책 구상보다는 사실상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본격 레이스 돌입…후보 검증 본격화
공약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만큼 한 후보에 대한 날 선 검증도 본격화됐습니다. 한 후보는 55년간 관료로 지냈는데요. 단 한 번도 선출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대중으로부터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경험이 없습니다.
한 후보는 통상 전문가로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데요. 오히려 이를 반박하는 과거 실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후보는 지난 2000년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중국과 마늘협상을 총지휘했습니다. 당시 정부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에 반발한 중국의 무역 보복에 한 후보가 협상에 나선 것입니다.
이후 2002년 한 후보가 ''2003년부터 한국은 중국산 마늘 수입을 전면 자유화한다'는 미공개 부속 문건에 합의한 사실이 밝혀서 문제가 됐습니다. 결국 한 후보는 협상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한 후보는 당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산업계 타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늘 수입량은 4만3651t(톤)에 달합니다. 전년도에 비해 7164톤(20%) 늘었는데요. 모두 중국에서 수입된 물량입니다. 한 후보의 주장과 달리 농민들이 우려하던 저가 중국산 마늘 침투가 현실화된 것입니다.
후보 가족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 부인이 무속에 심취해 대소사를 무속인에게 묻는다고 주장했는데요. 한 후보는 지난 6일 관훈토론에서 "국가정보원장을 했던 분이 새빨간 거짓말을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아무렇지 않게 했다. 너무나 실망했다"며 "제 집사람의 동향에 대한 것은 인사청문회 때 확실하게 말씀드렸다. 연초에 보는 오늘의 운세와 토정비결 수준"이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에 박 의원은 이날 "한 후보가 부인의 무속(심취 의혹)에 대해 이 박지원을 고소하려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모신 적이 있어 고소하지 않았다, (박 의원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했는데 한덕수야말로 새까만 거짓말을 했다"며 "풍수지리학에 따라 윤석열이 대통령 된다고 했던 백재권 교수도, 조선일보에 칼럼 쓰던 조용헌 교수도 한덕수 부인 관련 얘기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하고 청와대에서 같이 일한 인연은 끝났다. 꼭 (저를) 고소해서 함께 진실을 밝히는 게 제2의 윤건희(윤석열·김건희) 무속공화국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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