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어린 시절 장내 세균 독소, 젊은 층 대장암 급증 불러
40세 미만 환자 독소 유발 돌연변이가 70세 이상 고령 환자보다 3배 이상 발견돼
UC샌디에이고 연구진, 대규모 유전체 분석 통해 경고
2025-04-30 09:07:06 2025-04-30 09:07:06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된 대장. 3D 일러스트레이션(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젊은 층에서 대장암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소아기 장내 세균 독소 노출’이 핵심 요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 독소가 대장 세포 DNA에 변이를 일으켜 암 발생 위험을 수십 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루드밀 알렉산드로프(Ludmil Alexandrov) 교수 연구팀은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11개국에서 수집한 981건의 대장암 종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 환자에서 독소 유발 돌연변이가 70세 이상 고령 환자보다 3.3배 더 흔히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지난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습니다.
 
대상 환자 가운데 132명은 50세 미만에 대장암이 발생한 조기 발병 대장암 환자였으며, 나머지는 고령 환자군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의 종양 조직에서 전장 유전체 시퀀싱(whole-genome sequencing)을 실시해 DNA 변이 패턴을 정밀 분석했습니다. 문제의 독소는 장내 세균인 대장균(E.coli)의 특정 균주가 분비하는 ‘콜리바틴(colibactin)’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독소는 대장 세포의 DNA를 직접 손상시켜 돌연변이를 유발, 암의 씨앗이 되는 드라이버 돌연변이(APC 변이)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이 손상은 10세 이전 소아기에 노출될 때 가장 심각하게 남아, 이후 수십 년이 지나 40~50세 이전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알렉산드로프 교수는 “만약 누군가가 10세까지 이러한 드라이버 돌연변이를 획득한다면, 그들은 대장암 발병 시기를 수십 년 앞당길 수 있으며, 60세가 아닌 40세에 발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이자 박사후 연구원인 마르코스 디아스-게이(Marcos Díaz-Gay)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는 조기 발병 대장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 없었다. 우리의 원래 목표는 대장암의 전 세계적 패턴을 분석해 일부 국가에서 발병률이 훨씬 높은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할수록 가장 흥미롭고 눈에 띄는 발견은 콜리바틴 관련 변이가 조기 발병 사례에서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였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조기 발병 대장암이 높은 국가들, 영국, 뉴질랜드, 칠레,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콜리바틴 돌연변이 패턴(SBS88, ID18)이 훨씬 더 흔하게 관찰됐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알렉산드로프 교수는 “생애 초기의 콜리바틴 노출이 조기 대장암의 주요한 기전임을 시사한다”라며 “이는 대장암 예방과 조기진단 전략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적으로 50세 미만 대장암 발생률은 지난 2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영국에서는 25~49세 인구에서만 매년 약 2,600건의 신규 대장암이 발생하고 있고, 이 연령대에서 발생률은 1990년대 초반 대비 52% 증가했습니다.
 
그동안 젊은 층 대장암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비만, 초가공식품 섭취 증가, 신체활동 부족 등이 꼽혀왔습니다.그러나 이번 연구는 기존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장내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가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물론 이번 연구가 콜리바틴이 조기 대장암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대장균 일부 균주가 어떻게 콜리바틴을 생성하게 되었는지, 어린이들이 어떤 경로로 이러한 세균에 노출되는지,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개입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는 어린이의 약 30~40%가 콜리바틴 생성 대장균을 장내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영국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UK)의 암 그랜드 챌린지(Cancer Grand Challenges) 팀의 데이비드 스콧(David Scott) 박사는 영국 일간지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콜리바틴 관련 돌연변이가 조기 발병 대장암의 퍼즐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콜리바틴 변이 흔적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대변 검진법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 대장암 발병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는 그 배경에 '장내 미생물의 오염'이 있을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섬유질 섭취 부족, 가공육 과다 섭취, 비만 등 기존 위험 요인과 더불어, 초기 생애 미생물군 형성 과정에 대한 관리와 개입이 향후 대장암 예방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전망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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