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전세계는 관세 전쟁의 격랑 속에 빠졌습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며 경제 전반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트럼프 ‘고무줄 관세’ 정책에 자동차·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반도체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 모두 1분기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2분기부터 관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관세 폭풍에서 비껴가면서 미국과 협력 가능성이 높아진 조선과 글로벌 각국의 방위비 증액에 따라 탄탄한 수주 실적을 기록한 방산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며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산업계는 무차별적 트럼프 스톰에서 무풍지대에 놓인 몇 안 되는 분야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 또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방산업체의 맏형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주가
(종가 기준
)는 트럼프 취임일인
1월
20일
37만
7500원에서 100일을 맞은 29일
80만
9000원으로
114.3% 급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같은 기간
현대로템(064350)도
5만
6000원에서
10만
9200원으로
95% 상승했습니다
. 이외에
한국항공우주(047810), LIG넥스원(079550)도 각각
54.2%, 53.5% 올랐습니다
. 이들 방산업계는 탄탄한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1분기 괄목할 만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글로벌 조선 훈풍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은 2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8.8% 늘었습니다. 물론 이는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조선 ‘빅사이클’(초호황기)에 따른 수주 증가 효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은 겹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철강 관세 직격탄…2분기 먹구름
반면, 품목별 관세가 예고된 자동차·철강업계는 1분기 실적 선방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여전한 데다, 오는 2분기부터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005380)의 주가는
1월
20일
20만
8500원에서 이날
19만
2800원으로
7.5% 감소했습니다
. 현대차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혼란에도 불구하고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호실적을 이어갔지만
, 시장의 동요를 막지 못했습니다
. 동생인 기아도 마찬가지입니다
. 기아(000270)의 경우 같은 기간
10.2% 주가가 빠졌습니다
. 더욱이
2분기부터 관세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은 현대차그룹에 먹구름으로 다가오는 형국입니다
. 다만
, 트럼프 대통령이 중복 관세 폐지와 자동차 부품 관세 환급 등 한발 물러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증권가 역시 부정적 전망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의 저성장 속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이익 훼손 및 경쟁심화 가능성을 반영해 2025년과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 전망한다”며 “관세 25%가 부과되면서 하반기부터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며 관세의 하향 가능성 및 현대차의 대응 노력에 따라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공정 작업 중인 오퍼레이터.(사진=SK하이닉스)
국내에서 관세 충격이 가장 먼저 가시화한 업종인 철강은 업황 부진에 더해 관세 파동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습니다
. 철강업계
1·
2위인 포스코(
POSCO홀딩스(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의 주가는 트럼프 취임일과 비교해 하락세가 눈에 띄지는 않고 하향 기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 포스코는 판매가 상승과 원가 절감 노력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어렵게 실적 선방에 성공한 반면
, 현대제철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습니다
.
역대급 실적…최종 수요 불투명
반도체업계도 불확실성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 특히 SK하이닉스(000660)는
1분기 영업익
7조
4405억원을 달성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 주가는 여전히 고전하는 모습입니다
. SK하이닉스 주가는 트럼프
100일 동안
21만
2000원에서
18만
800원으로
14.7% 하락했습니다
.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에도 대외 여건이 주가 상승을 가로막은 셈입니다
.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종 수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미중 무역 분쟁과 상호관세 부과는 결국 최종 수요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클라우드서비스업체들의 인공지능(AI) 투자도 둔화되는 추세여서 내년 HBM 수요도 불투명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삼성전자도 1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혼돈의 100일…이후가 더 무섭다
철강·자동차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의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호관세가 유예되는 90일이 지나면 생산기지를 다른 나라에 두고 있는 모든 업계로까지 관세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관세 영향과 심리적 위축, 그리고 경기 하락 국면 등 2분기가 1분기보다 기업들 실적이 더 안 좋을 수 있다”며 “앞으로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상호관세 유예기간 동안 협상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관세 부담이 단계적으로 수요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수출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우려되는 지점”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당장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을 조정하고 수입자랑 가격 협상을 하는 등 최대한 타격을 적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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