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실수요자 '주거 사다리' 되살려야
2025-04-29 06:00:00 2025-04-29 06:00:00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후보들이 청년층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잇따라 내놨다. 이들은 담보인정비율(LTV)을 대폭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그만큼 주택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현실을 반영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출 규제는 주택 구매 수요 억제와 가계부채 관리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강화돼왔는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 주거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대출 규제는 크게 LTV,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구분된다. LTV는 주택 시세 대비 대출 한도를 정하고, DTI는 이자 상환액을 연소득 대비 비율로 제한한다. DSR은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금융부채의 원리금을 합산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김대중정부 시절 LTV가 처음 도입됐고, 노무현정부에서는 DTI가 추가됐다. 문재인정부에서는 DTI를 확장한 형태의 DSR이 도입돼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최근에는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DSR까지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가 추가로 줄어드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들이 차주의 상환 능력과 담보 가치를 모두 제약하면서 실질적으로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들까지 대출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연봉 1억원인 A씨가 30년 만기 변동형 주담대를 신청할 경우, 스트레스 DSR 적용 전에는 6억58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2단계 적용 시 6억400만원, 3단계에서는 5억5600만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감소한다.
 
연소득 5000만원인 B씨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 시 대출 한도가 2억7800만원으로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현재 10억원대에 달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제2금융권 대출에 의존하거나 주택 구매를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LTV만 완화하고 DSR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실질적인 규제 완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모든 주택 대출에 강력한 규제를 일괄 적용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LTV, DTI, DSR을 동시에 강력히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은 차주 상환 능력만 심사할 뿐, LTV에는 별도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소득이 충분하다면 80~90%는 물론 일부 은행에서는 100% 이상의 대출도 가능하다. 영국 역시 LTV 규제 없이 차주의 향후 3년간 상환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캐나다는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는 LTV를 95%까지 허용하고, 기존 대환 대출에는 80%로 제한하는 식으로 선별적 규제를 운용한다. 네덜란드는 LTV 100%까지 허용하되, 이자만 상환하는 거치식 대출에는 50%로 제한을 둔다.
 
대출 규제를 완전히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규제의 강약을 시장 상황에 맞춰 조율하고 실수요자와 투자수요를 구분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애 최초 구입자나 청년층에 한해서는 DSR 적용을 대폭 완화하거나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해 대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의 주거권과 억제해야 할 투자 심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모든 주택구입 대출에 일률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시스템은 항상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의 꿈이 규제의 벽 앞에서 좌절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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