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참관)윤석열 면전서 "국회의원 끌어내라? 뭔 개소리"…지시 거부한 계엄군
윤씨 첫 공판에 김형기·조성현 증인 출석
‘국회의원 끄집어내’ 지시 받았지만 '불응'
김형기 “국회 '시민저항' 보고 지시 의심”
“단전 지시, 정당성 의문…영화 많이 본듯”
2025-04-15 12:00:00 2025-04-15 14:27:22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김형기 육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이 14일 열린 윤석열씨 내란 수괴 혐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이동해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처음  받았을 때 “국회의사당 주인은 의원인데 뭔 개소리냐”며 혼잣말을 내뱉었다고 말했습니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윤씨 앞에서 가감 없이 그날의 소회를 전한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윤씨의 내란 수괴 혐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양측의 모두진술 이후 김 대대장과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대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습니다. 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법정 출입 등 특혜 논란 속에서 출석한 윤씨는 80분가량 ‘셀프 변론’을 하며 "12·3 계엄은 군정 쿠데타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대장은 지난해 12월3일 이상현 전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국회 담을 넘어 본관으로 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윤씨 공소장에 따르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윤씨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지시를 받고 이 전 여단장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자 보좌진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막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대대장은 이 전 여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을 당시 상황에 관해 “이상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제가 (이 전 여단장과 전화를) 끊고 ‘국회의사당 주인은 의원인데 뭔 개소리냐’고 하는 것을 부하들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국회에 진입해 이 전 여단장이 ‘대통령님이 문 부숴서라도 끄집어 내오래’라고 지시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상관의 지시가 이상하다고 판단, 부하들에게도 하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지시가 정당한지 판단할 수 없었다”며 “특전사 인원은 (제가 지시했으면 부하들은) 문 부수고 의원 끌어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며칠 전 군 검사들이 박정훈 (해병대) 대령에게 항명죄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며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서 (국회)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부하들에게 임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강행 돌파 가능했지만…시민 저항 보니 의문 생겨” 
 
김 대대장은 윤씨의 ‘평화 계엄’ 주장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윤씨는 그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국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소화기를 뿌리니 계엄군이 도망갔다”며 “충돌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김 대대장의 부대가 바로 '도망간 계엄군'인 겁니다. 
 
그러나 김 대대장 진술은 윤씨의 주장과 달랐습니다. 그는 상부로부터 ‘문 부수고 유리창 깨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고, 당시 병력으로 이를 수행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계엄군에게 소화기를 뿌리는 등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보고 지시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김 대대장은 ‘지시 이행을 위해 강행 돌파를 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안 했다. 못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국회) 담을 넘으면서 (시민들에게) 너무 많이 맞았다”며 “시민은 우리가 지켜야 할 대상인데 왜 때릴까 의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몰랐는데, 가만히 보니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제대로 된 임무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제 뒤에 병력만으로 돌파하려면 돌파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그러면서 '이 전 여단장의 단전 지시가 허무맹랑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정당한 지시인지 몰라서 할 수 없었다”며 “전기를 끊으라는 지시는 누가 했는지 모르겠으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아울러 김 대대장은 사령부로부터 탄약 휴대 지시를 받았다고 분명히 증언했습니다. 그는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출동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윤씨는 검찰의 주신문을 끊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실탄을 지급하지 않은, 실무장하지 않은 채 출동시켰다”며 반발했습니다.
 
이에 김 대대장은 “사령부가 실탄과 공포탄을 휴대하되 대대장이 가지고 있으라고 하달했다”며 “3개 여단 중 탄을 안 가지고 간 건 저희뿐이었다. 실무자가 늦게 출근해 탄이 없는 채로 출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 단장도 이진우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특전사가 인원들을 끌고 나오면 밖에서 지원하라’고 명령도 하달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검찰이 자신의 지시를 직접 받지 않은 사람들을 증인으로 세웠다며 반발했습니다. 윤씨는 “(계엄 당시 지시는) 대통령과 사령관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사령관이 아닌) 지휘관들은 증인으로 내세울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헌재에서 다 (진술) 했는데 뭐가 긴급해서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모르겠다”며 “재판부와 방청객에 선입견부터 주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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