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 후폭풍이 정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특히 내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지명하면서 비판이 더 거센 상황입니다. 사상 초유의 '월권' 논란에도 한 권한대행이 지명을 강행한 데에는 윤석열씨가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야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씨와 사전 공모해 '내란 연장'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헌법재판관 지명을 계기로 파면된 윤씨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4월16일 당시 윤석열씨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배후 정치' 영향?…한덕수, 월권 논란 '일파만파'
이완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야권 내 비판은 9일에도 계속됐습니다. 민주당에선 매국노 이완용에 빗대는 비난까지 제기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12·3 내란 사태에 이어 '제2의 쿠데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1차 군사 반란으로 친위 쿠데타를 획책한 내란 세력이 헌재를 장악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씨의 '배후 정치'를 겨냥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임명직에 불과한 총리의 헌법 파괴 행위이자 제2의 쿠데타"라며 "이번 사태는 윤석열의 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윤씨를 파면한 헌법재판소에 이완규 처장을 '알박기'하려고 윤씨와 사전 공모한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완규 처장은 윤씨와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46년 지기인 핵심 측근으로 꼽힙니다. 일각에선 윤씨가 이 처장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말도 흘러나옵니다.
여기에 이 처장은 내란 연루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불법계엄 사태 다음 날 내란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민정수석과 함께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비밀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일로 이 처장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혐의로 고발돼 피의자로 입건됐습니다. 당시 자리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처장을 후보자로 지명하게 되면 향후 헌법재판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이완규 처장을 지명한 배경엔 파면된 윤석열씨가 개입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실제 야권에선 한 권한대행의 일련의 행보 뒤에 '윤심'(윤석열씨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씨의 의지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인사라는 지적입니다.
한 권한대행이 이 처장을 지명하기 전 국민의힘과 교감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이 전날 이 처장의 지명이 당과의 사전 공감 속에 이뤄진 듯 "헌법재판관으로 손색없다"고 환영한 것도 이런 의심을 키웠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 대선 개입 가능성도…김문수 등 '친윤' 잇단 출마
향후 내란 사태의 여진이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씨의 파면으로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이 한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는데요. 대통령기록물은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일부 내용을 비공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12·3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도 비공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권한대행이 해당 기록을 비공개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내란죄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2017년 박근혜씨 탄핵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세월호 7시간' 관련 문건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윤석열씨의 대선 개입 가능성까지 나옵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개입해서 윤씨 본인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인하고 강화시키려 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날 이른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대거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여권 1위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 직후 장관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이날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대표적 친윤계 대선주자로 꼽힙니다. 그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민 앞에 100배 사죄하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국무위원 대다수가 일어나 고개를 숙였지만, 김 전 장관만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 보수층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윤씨를 '각하'로 부르며 각별한 충심을 드러냈던 이철우 경북지사를 비롯해 유정복 인천시장도 대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로써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해 총 5명의 대선주자들이 출마를 확정 지었습니다. 10일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출마가 예정돼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3일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10일 후보 등록을 공고하고, 14~15일 이틀 간 후보 등록을 받겠다는 계획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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