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고 원달러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관세 전쟁이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위기로 번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9일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80여개국에 대해 최저 11%에서 최고 50%의 상호관세 부과를 실행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수출한 제품에는 25%의 관세율이 적용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 정부는 캄보디아(49%), 베트남(46%), 태국(36%), 대만(32%), 일본(24%), EU(20%) 등도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해 평균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했습니다. 특히 중국에겐 기존 34%에서 84%로 높인 데 이어 펜타닐 유입 차단 비협조 명분으로 20%까지 추가해 총 104%의 관세율을 적용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글로벌 무역시장의 긴장이 고조돼 금융시장 전반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보복 대응으로 미 국채 매도에 나설 경우 미국 금리 급등과 함께 '퍼펙트 스톰'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국내 증시에도 직격탄이 됐습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정치적 이슈가 시장을 압도할 땐 코스피 2300선조차 지지선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반도체·의약품 등 예고된 품목 관세가 구체화되지 않아 충격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매도 여력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상호관세 충격에 이날 주식시장은 재차 급락했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에 마감했습니다. 지수는 4.24포인트(0.18%) 내린 약보합세로 출발해 오전장엔 소폭의 등락을 오갔으나 오후 1시 예정대로 미국에서 상호관세가 발효되면서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이날의 마감가는 2023년 11월1일에 기록한 2288.64 이후 1년 5개월 만의 저점입니다.
이날 외국인은 약 1조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도 704억원어치 순매도했습니다. 개인 홀로 9396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습니다.
종목별로도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500원(0.93%) 내린 5만3000원에 마감, 비교적 선방했으나
SK하이닉스(000660)는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도 4500원(2.65%) 하락한 16만5000원으로 밀렸습니다.
코스닥지수는 15.06포인트(2.29%) 급락한 643.39에 마감했습니다. 역시 장중 낙폭을 키우며 644.03까지 밀리는 등 힘을 잃은 모습입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968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193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외환시장도 흔들렸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10.9원 오른 1484.1원에 마감했습니다. 원달러환율은 장중 1487.60원까지 급등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습니다. 당분간 환율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1500원 돌파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승훈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은 "내국인의 해외투자 요인도 있지만 지금 환율 수준은 분명히 고점권에 근접해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환율까지 통제하려 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는 이상 원화도 단기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1480원 이상은 시장이 부담스러워하는 구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334.23)보다 40.53포인트(1.74%) 하락한 2293.70에 마감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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