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보다 무섭다…미얀마 군정의 '폭주'
2025-04-08 14:03:06 2025-04-08 14:03:06
사실상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나라는 많지만 군정 체제인 나라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습니다. 차드, 부르키나파소 등 일부에 그치죠. 미얀마도 바로 이런 케이스인데요. 최근 미얀마는 1948년 독립 이래 가장 큰 지진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에도 변치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군정의 폭주인데요. 토마토Pick이 미얀마 강진 상황과 군정의 대응을 짚어봤습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각) 미얀마 네피도에서 미얀마 제80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군경을 사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얀마 덮친 재앙
지난달 28일 발생한 지진은 규모 7.7의 강진으로 2000년대 들어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위력인데요. 인도차이나반도 국가 전역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죠. 특히 인접국인 태국에서는 건설 중인 태국 국립감사원(SAO) 건물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지난 7일 국영 매체를 통해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564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부상자는 5012명, 실종자는 210명입니다. 피해를 입은 건물도 5000채에 육박하죠. 아직도 무너진 건물에서는 추가 시신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가 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도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 주말부터 피해 지역에 비가 내리는 등 구조활동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대낮에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비까지 내리면서 전염병과 산사태 등 추가 재난도 우려되는 실정입니다.
 
지원 줄어들어 더 위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연맹(IFRC) 등 국제기구는 미얀마 지진 대응을 위해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WH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얀마 지진을 최고 등급의 비상사태로 선언하고 800만달러(약 117억원)의 긴급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죠. 이번 재난에는 군정도 두손 두발을 다 들었는데요. 과거 홍수나 산사태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군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인데요. 대표적으로 미국은 초기 200만달러(약 29억원), 추가로 700만달러(약 102억원)의 지원을 했습니다. 미국의 대외 원조기관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지원 규모가 축소된 탓입니다. 소극적 지원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했을 때 “미국이 전 세계 인도주의 원조의 60∼70%를 계속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했으며, 특히 미얀마에 대해서는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 군정이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재난에도 계속된 총성
이번 미얀마 지진 사태가 더 끔찍한 이유는 전례 없는 재난상황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태도 때문입니다. 당초 미얀마 군부는 지진 초기에도 반군 토벌에 열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반군 쪽이 먼저 휴전을 선언했음에도 공격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사가잉, 만달레이 등 지역도 공습의 대상이 됐죠. 피해 규모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군부도 3주간 휴전을 선언했지만, 지진 직후 군부가 보여준 태도는 국가를 이끄는 정부가 보여야 할 태도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태국 방콕을 방문하기도 했죠. 군정 체제 하의 국가가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2008년 나르기스가 14만명의 사망자를 냈을 때도 미국 등 적대 국가 구호단체의 입국을 막거나 구호품을 자의적으로 나누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늘 민심보다 권력과 체제 유지가 우선 됐습니다.
 
‘미얀마의 봄’은 언제쯤?
미얀마 군부는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이들에게는 철저하게 피의 숙청을 가했습니다. 권력을 이양한답시고 민주선거를 치러도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쿠데타로 권력을 차지했죠. 100개가 넘는 소수민족들도 군부에 총칼로 대응하면서 내전은 장기화하고 있는데요. 유엔에 따르면 내전으로 인한 난민은 350만명에 육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까지 겹친 것이죠. 그러나 군부는 재난상황에서도 총을 들었습니다. 국가 자체가 흔들릴 만큼 큰 재앙을 맞았지만, 군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셈이죠.
한편 미얀마 군정은 오는 12월 총선을 개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2020년 총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체포한 후 4년째 권력을 이어가고 있는 탓에 군정을 믿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난에 대처도 똑바로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고요. 미얀마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과 국가 정상화는 과연 가능할까요?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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