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5년 3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내수 부진과 더불어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고용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 증가 폭이 3월 기준으로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인력을 구하는 기업에 비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많은 구인·구직 간 불일치도 심화됐습니다.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두 달 연속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고용노동부가 7일 발표한 '2025년 3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543만5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15만4000명(1.0%) 늘었습니다.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소하다 지난 2월부터 다시 증가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3월 증가 폭 자체는 고용부가 1997년 고용보험 피보험자 집계를 시작해 증감률을 처음 공개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건설업 가입자 수는 2만1000명 감소해 20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정보통신업(IT) 역시 1만3000명(-1.7%) 줄어들어 1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고용허가제 외국인 당연 가입 증가분 2만4000명을 제외하면 1만7000명 줄어든 것으로, 제조업 내국인 가입자는 18개월째 감소했습니다. 반면, 서비스업 가입자 수는 1069만명으로 보건복지, 사업서비스, 전문과학, 숙박 음식 등 위주로 증가했습니다.
구인·구직 불일치(미스매치)도 상당했습니다. 정부의 구인·구직 사이트 '고용24'에 등록된 기업의 신규 구인인원은 15만4000명으로 작년 3월 대비 4만5000명(-22.8%) 감소했으나, 신규 구직인원은 48만명으로 6만3000명(15.2%)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구인배수는 0.32를 기록했습니다. 구직자 100명에게 주어진 일자리가 32개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역대 3월 가운데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0.17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올해 1분기 구인배수 역시 비슷한 수준인 0.33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구인배수는 고용24를 이용한 구인·구직만 포함하고 있어 전체 노동력 수급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나 사업서비스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 최근 경기가 부진한 산업 중심으로 구인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 들어 제조업 수출이 1월에는 약 10% 감소했다 2월에 0.7% 증가하고, 3월에 3.1% 증가하는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의 고관세정책은 추후 미칠 영향이지만, 기업들이 미리 대비하기 위해 신규 채용 수요를 줄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자와 지급액은 모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3만7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6000명(4.6%) 증가했습니다. 특히 교육서비스업에서 3300명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기간제 늘봄학교 전담 인력의 계약 기간 종료에 따라 늘어난 구직급여 신청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자 수는 69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8000명(5.9%) 증가했습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510억원으로, 2개월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815억원(8.4%) 증가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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