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윤석열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 돌입과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 상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투자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금융권의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투자 대기자금 늘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그간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 꼽혀온 한국과 일본 역시 각각 25%, 24%의 관세가 부과됐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관세 직격탄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금리 시대도 맞물려 있어 자금을 장기 상품에 묶어두기보다는 단기·고금리 자산 운용 수단에 주목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중에 풀린 통화량(M2·광의통화)은 지난해 12월 대비 20조1000억원(0.5%) 늘어난 4203조8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M2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20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M2는 현금과 수시입출금 예금에 더해 MMF,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 개념입니다. 즉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돈과 단기 자금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기존에는 단기 자산 운용 상품으로 파킹통장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 상품들은 단기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도 높은 유동성을 갖고 일정 수익률을 제공해 매력이 컸습니다. 하지만 해당 상품들은 올해 저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금리가 크게 떨어지며 찾는 고객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어진 만큼 단기간에 원금 손실 우려가 없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대 예·적금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주거래 고객 모집을 위해 연 3%대 급여통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급여이체 고객을 위한 특화상품인 '우월한 월급 통장'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통장으로 급여를 수령하면 200만원까지 최대 3.1%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 '달달하나 통장'은 200만원까지 최대 연 3% 이자를 제공합니다. 전월 50만원 이상 급여 이체 기록만 있으면 우대 조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파킹통장 금리가 2%대로 떨어지는 등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주거래 고객이 될 수 있는 직장인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급여통장을 내놓고 있다"면서 "200만원 한도가 있는 상품들이긴 하지만 3%대 금리를 줘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씨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 돌입과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안정 추구 심리 커져
원금을 보장해주면서도 저금리 시대 속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지수연동예금(Equity Linked Deposit, ELD)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수연동예금은 주가지수와 같은 특정 지수의 변동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예금 상품으로 대개 KOSPI200, S&P500 등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습니다. 원금이 보장됨은 물론 일정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지수연동예금 상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수연동예금이 통상 저금리 시기에 주목 받아왔기에 올해 금리 인하기에 돌입한 만큼 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수연동예금은 금리 인하기에 원금 보장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적합한 대안 상품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트럼프 관세 논란과 윤석열씨 파면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차차 안정될 경우 주식 시장이 개선돼 지수연동예금은 더 큰 매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년 장기 상품이지만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청년도약계좌를 찾는 고객들고 크게 늘고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월 최대 7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은행 이자에 정부 기여금이 더해져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금융 상품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182만3000명으로 누적 계좌 가입인원 200만명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청년도약계좌 신규 가입자는 22만4000명으로 전월 대비 31.8% 증가했습니다. 지난 3월에도 4일부터 11일까지 가입자가 총 15만명에 달하는 등 신청자가 대거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변동성과 금리 하락 등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청년도약계좌는 사실상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상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관세 직격탄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 예·적금 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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