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경제난 속 자살 증가, 자살대책기본법 제정 시급
2023년 자살자 수 8.5% 늘어 10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 기록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 25.9% 차지, 국가 차원의 대응책 절실
2025-04-01 10:22:39 2025-04-01 15:37:08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이 크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3월31일 생명존중시민회의(상임대표 김대선)가 발표한 '2025년 자살대책 팩트시트(factsheet)'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3978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로, 하루 평균 38.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나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은 3656명으로 전체 자살자의 25.9%를 차지하며, 이는 2021년(3190명)과 2022년(2868명)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수치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경기침체와 실업 증가, 물가 상승 등의 경제적 요인이 자살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 국제 비교에서도 심각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4.1명으로, 리투아니아(20.3명), 헝가리(16.1명) 등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2021년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으며, 그린란드(59.6명), 가이아나(31.3명), 리투아니아(27.9명)에 이어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2월 발생한 배우 김새론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연예인들이 언론과 팬들로부터 받는 집중적인 파헤침으로 인한 압박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예인의 사소한 실수도 집중 조명되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복귀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악성 유튜브 컨텐츠와 댓글은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지만 적절한 규제나 제약 없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배제와 낙인, 무자비한 공격이 자행되는 상황은 성숙한 문화의 포용과는 거리가 먼 반(反)생명의 문화입니다.
 
예일대 의과대학의 피터 종호 나(Peter Jongho Na) 교수는 김씨의 죽음에 대해 페이스북에 한국 사회가 잔인한 넷플릭스 서바이벌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Squid Game)>의 거대한 버전으로 변해버렸다고 썼습니다. 그는 “실수하거나 뒤처지는 사람들을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라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생명의 문화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이후에도 온라인 폭력과 악성 댓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실명제를 도입하고, 온라인 혐오 표현과 허위 정보 확산을 방지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나 진전이 없었습니다.
 
청소년 및 중장년층 자살 증가, 정신건강 악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4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자살 시도율은 2.8%에 달하며, 특히 여학생(3.3%)이 남학생(2.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학생(3.1%)이 고등학생(2.4%)보다 자살 시도율이 더 높은데, 이는 학업 스트레스와 사회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는 청소년의 비율이 남학생 35.2%, 여학생 49.9%로 나타나, 지난 10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에서도 자살 문제가 심각합니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40대와 50대에서도 자살이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20대의 경우 사망 원인의 52.7%가 자살로 인한 것이며, 30대는 40.2%, 40대는 23.4%, 50대는 11.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령별로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자살 줄이기 위한 법적·사회적 대응 필요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자살 관련 지표들이 심각한 우려 수준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확대하여 체계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법적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악성 댓글과 유해 정보 차단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논의만 되고 실질적인 입법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자살을 미화하거나 부추기는 콘텐츠가 여전히 많으며, 이러한 정보들에 대한 규제가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지역사회와 정부의 협력 필요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 예방은 중앙정부의 정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자살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각 시도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살 예방 예산과 조직을 갖추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3년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충남(29.4명), 충북(28.6명), 제주(27.3명)로 나타났으며, 특별시 및 광역시 중에서는 울산(28.3명), 인천(24.6명), 대구(24.4명) 순으로 높았습니다. 이는 지역별로 맞춤형 자살 예방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우리 사회가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신건강 지원을 넘어 사회·경제적, 문화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요구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응답할 때입니다.
OECD 국가 자살률 비교. (자료: OECD홈페이지)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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