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장면. (사진=WHO 웹사이트 캡처)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치매를 앓는 사람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고소득 국가에서는 연령대별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어, 예방 전략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것이 사후적 관리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Lancet)은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치매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며 치매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나온 랜싯 위원회의 최신 치매 보고서는 치매 예방, 중재 및 관리에 관한 새로운 희망적인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20년 보고서 이후에 나온 이 보고서는 체계적인 문헌 고찰과 메타분석 그리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교차 검증하여 인지 및 신체적 능력(cognitive & pysical reserve)의 변화 그리고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랜싯 위원회가 이전 보고서에서 밝힌 주요 치매 발병 요인은 낮은 교육 수준, 청력 손실,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운동 부족, 당뇨병, 과도한 음주, 외상성 뇌손상(TBI),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 등 12개였습니다.
최신 보고서에서는 두 가지 요인을 추가했습니다. 시력 손실과 우리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저밀도 지질 단백질(Low Density Lipoprotein)입니다. 중년 이후의 시력 손실은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그리고 당뇨 합병증이 주요 원인입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식습관과 운동 부족 그리고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랜싯 치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치매 사례의 약 45퍼센트는 생애 전반에 걸쳐 14가지 위험 요소를 관리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랜싯의 치매 보고서와는 별도로, 2019년에 일본 도쿄도건강장수센터(東京都健康長壽センタ?) 연구팀은 PubMed, PhycINFO, PsycARTICLE 등 세 가지 건강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노인들의 인지 저하 예방을 위한 여가 활동을 연구했습니다. 인지 여가 활동(cognitive leisure activity)은 우리가 흔히 기억력을 살리고 치매를 억제한다고 알고 있는 두뇌를 쓰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 연구팀은 그림그리기, 색칠하기, 독서, 글쓰기, 체스 같은 보드게임, 크로스워드 퍼즐, 뜨개질이나 자수 같은 수공예, 컴퓨터 배우기 등의 효과와 관련된 20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13개 실험에서 노인들의 인지기능이 좋아진 것이 관찰되었고 이 가운데 12개 연구에서는 특정 인지 영역이 아닌, 다중 인지 영역과 작업 기억(working memory)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구들은 상관관계(correlation)를 밝혔을 뿐 인지 여가 활동과 치매 예방이나 억제 사이의 인과관계(causation)를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크로스워드퍼즐, 독서, 글쓰기 같은 뇌 자극 활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다른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 감퇴가 덜할 수도 있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운동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 예방 연구에서 동일한 환경, 생활 수준, 가족관계에 놓여 있는 실험 대상자를 찾아 장기간 같은 조건에서 기억력의 상태를 관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많은 연구들이 실험 대상자나 환자들이 과거에 했던 활동들을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는 자기 보고(self-report)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기 보고, 특히 노인들의 자기 보고는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인지 여가 활동이 뇌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정황은 있지만 그런 활동이 어떤 기전으로 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종류의 인지 여가 활동이 치매 예방이나 억제에 특히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크로스워드퍼즐이나 단어 게임처럼 특정한 뇌 자극 활동이 기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부분의 치매와 인지 여가 활동에 관한 연구들은 인지 여가 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억력 감퇴가 더딘 경향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지 자극을 통한 뇌 기능 향상이나 치매 억제 효과를 인정한다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지 여가 활동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뇌는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에 가장 잘 반응한다고 합니다.
인지 여가 활동과 치매 억제와의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그런 활동들 기쁨을 주고 몰입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 자체로 인지적·정서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런 취미 활동이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은 사회적 접촉을 매개한다면 나쁠 게 전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2025년에 97만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9.17퍼센트입니다. 노인 인구 100명당 약 9명이 치매 환자입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6년에는 100만명을 넘기고 2044년에는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치매 위험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025년에 298만명(유병률 28.12퍼센트), 2033년에는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8년 뒤에는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인지장애를 겪게 됩니다.
인지 자극 여가 활동인 그림그리기는 치매 예방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미지=ChatGPT 생성)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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